속도 더디거나 지자체간 경쟁 심해
국립 박물관과 문화시설 유치에 잇따라 뛰어든 인천시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른 지역과의 경쟁 혹은 더딘 속도로 좀처럼 결과물을 받아들지 못하는 형편이다.

7일 인천시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현재 시가 유치 의사를 밝힌 국립 박물관과 문화시설은 대여섯 개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그나마 속도를 내고 있는 시설로는 국립 해양박물관이 꼽힌다. 시는 지난 6월 말 정부에 제출한 국립 인천해양박물관 건립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는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10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대선 과정에서 해양박물관 건립을 인천 공약에 반영해줄 것을 건의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는 10월쯤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더라도 내년 6개월 이상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건립 여부가 결정된다.

나머지 시설은 타 시도와 경쟁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해양박물관처럼 인천에 추가로 건립하는 성격이 아니라 하나의 시설을 놓고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유치에 나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지자체 간 과열 양상을 이유로 입지 선정을 늦춘 국립 한국문학관이 대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조만간 한국문학관 부지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서울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며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역시 부지 무상 제공 등의 '당근책'에도 불투명하다. 한예종 캠퍼스 유치 경쟁에는 인천뿐 아니라 서울 송파구, 경기도 고양시 등지가 뛰어들었다. 시는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인근에 부지를 무상 임대한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한예종은 연말쯤 부지를 발표할 예정인데, 서울을 벗어나는 것에 부정적인 내부 의견이 많아 서울 시내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지역 정치권에 연계해 한예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세종학당 국내 거점을 송도국제도시에 설립하려는 계획도 아직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다. 국립 철도박물관이나 문화 관련 박물관도 유치전에 얽혀 있는 상태다. 인천이 유치에 성공한 국립 문화시설은 2021년 개관하는 세계문자박물관이 유일하다.

/이순민·곽안나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