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지역 에너지 기금사용 바꾸자
▲ 옹진군 지도는 덕적도 남단 14㎞, 선갑도 남서쪽 4㎞ 해상에 있으며, 아름다운 섬들이 병풍처럼 드리운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고 있는 자그마한 섬이다. 섬 전체를 신재생 에너지만으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한 지도 탄소제로 섬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에너지 제로섬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준공식 장면. /사진제공=인천시
전력기금지원 대부분 경유 치중
생산단가 높아 수익률 20% 불과

영흥화전 해저케이블로 연결땐
투자비 477억원 … 7년이면 회수

덕적도 에코아일랜드 조성사업
태양광 ESS 연결 계획 … 숙제로

옹진군 지도 탄소제로 프로젝트
신재생 주+디젤 보조 자동연동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모델속도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0%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한 에너지 자립섬 사업이 서서히 성과를 보이는 만큼 기금사용을 통한 신재생 에너지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딜레마
도서 자가 발전시설 운영지원사업이란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지역의 전력공급 안정화를 위해 '농·어촌 전기공급사업촉진법'에 따라 한전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섬지역 자가발전시설의 운영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실적으로 육지와 1.8㎞ 이상 떨어진 섬은 송·전철탑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딴 섬에는 자가발전시설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섬 자가발전시설은 대부분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 등에서 생산하는 전기보다 생산단가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정유섭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서 자가발전시설 결손지원 내역을 보면 2012년 1446억5500만원이던 결손지원액은 유가가 치솟던 2013년 1533억200만원으로 가장 많이 지원됐다. 이후 1355억400만원(2014년), 1212억4100만원(2015년), 1142억4100만원(2016년) 규모다.

이 기간 인천의 경우 465억8700만원, 479억3400만원, 385억8000만원, 287억6600만원, 261억5900만원이 지원됐다.

2016년 기준 인천지역 섬 지원액을 보면 인구가 가장 많은 백령도의 경우 88억2100만원, 덕적도 34억1600만원, 대청도 29억23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신재생 에너지 관련 업계는 도서 자가 발전시설 운영지원사업이 역설적이게도 섬 지역의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구 1400여명이 거주하는 덕적도의 경우 300㎾급 내연발전기 3대와 500㎾급 발전기 4대 등 2900㎾ 용량의 내연발전기를, 220여명이 살고 있는 승봉도에는 발전기 4대를 돌려 총 용량 950㎾급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덕적도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포함해 연간 38억9700만원이 소요된다.

그렇지만 판매수익은 7억33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연간 결손액이 31억6400만원에 달한다.

승봉도의 경우 23억5600만원 생산원가에 판매수익은 3억6600만원에 그친다.

판매원가 대비 수익율로 따지면 20%대 그치는 이 같은 밑지는 장사가 가능한 것은 전국도서 손실 충당금에 해당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있기에 가능하다.

섬지역에도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에너지 복지차원과 안보차원에서 국가적으로 당연히 과제중 하나다.

그렇지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나 대체 가능한 에너지 공급방안이 있음에도 전력기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낭비요소로 꼽히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까지 전국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덕적도~승봉도~자월도~영흥도를 잇는 약 22.5㎞의 해저 전력케이블 구축사업을 반영해 줄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다.

인천시 용역 결과 영흥화력발전이 있는 영흥도와 승봉도~이작도~덕적도를 해저 전력 케이블로 연결할 경우 477억6900만원의 투자비가 들지만 7년이면 이를 전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류비가 상승할 경우 투자비 회수 기간은 더 짧아질 수 있다.

이 지역은 관광객 증가 등으로 전력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정부 손실보조금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승봉도와 자월도에만 국한해도 2011년 95억원, 2012년 104억원, 2013년 106억원에 달하고 있다.

정유섭 의원실 관계자는 "결손액은 도서·벽지 지원사업 명목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충당하면서 한전의 손실은 전혀 없다. 오히려 도서지역에서 내연발전기를 운영함에 따라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며 "도서지역에 전력계통을 연계할 경우 국가적으로 봤을 때 전력소비를 효율화 하면서도 기금을 내실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섬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에너지 자립섬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 원가가 높은 디젤발전의 의존도를 줄이고 전력 생산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발전 원가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도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발맞춰 독립형 디젤발전 운영 도서지역에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시는 옹진군 덕적도 일원에 옹진군·지역 5개발전사·민관협업 참여기관 등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테마마을의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에코아일랜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단계 사업으로는 서포리 일원 108가구에 태양광발전 그린 홈·빌리지 사업을 완료했고 지역발전사 기탁금 사업(30억원),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23억원), 유관기관 협업사업 등의 태양마을, 바람마을 조성 사업을 진행중이다.

그렇지만 성공적인 정착까진 난제가 산적해 있다.

수익 구조의 불확실성, 기술력 부재에다 전기공급 단가에 대한 정부와 민간사업자간 이견이 큰 탓이다.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할 ESS(에너지저장장치)의 규모가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다. 스마트 그리드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곳마다 개별 ESS를 두고 연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렇게 해야 생산하고 남은 전력을 ESS 에 저장해 나중에 쓰거나 팔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섬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바로 쓰지 않으면 대부분 버리게 된다.

여기에 섬이 많은 지역 특성상 결손지원액이 많은 편에 속하나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전남이 여전히 연간 400억원대 초·중반을 지원받는 것에 비해 인천의 지원액이 갈수록 떨어지는 형편이다.

인천의 경우 에너지 자립섬이나 풍력 사업 등으로 지원액을 줄여 나갔지만 기금 지원금만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오히려 신규사업을 자제하고 기금에 의존한 쪽에 기금지원이 상대적으로 쏠리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지도 탄소제로 섬
융·복합사업 컨소시엄 및 주민과 함께 완성된 옹진군 지도 탄소제로 섬 사업은 에너지 자립섬 사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장이다.

옹진군 지도는 덕적도 남단 14㎞, 선갑도 남서쪽 4㎞ 해상에 있는 아름다운 섬들이 병풍처럼 드리운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고 있는 총 면적 0.45㎢에 15가구 28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섬이다.

지도 프로젝트는 2015년 산업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총사업비 13억7000만원 중 국비 6억원을 국비로, 나머지를 인천시와 옹진군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태양광 72㎾, 풍력20㎾(10㎾×2기), 에너지저장장치(ESS) 428㎾h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일평균 생산 전력은 350㎾h에 이르는 신재생 에너지 설비를 갖췄다.

300㎾ 정도가 수용가에 공급되고 ESS는 디젤발전 가동이 없이 1일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앞으로 기존 디젤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보다 적을 경우에 사용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보조설비로 운영된다.

지도 에너지 자립 섬은 국내 최초로 섬 전체 부하를 AMI 시스템을 통해 모니터링하게 된다. AMI 시스템을 통해 전력사용 패턴과 기상타워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기상환경에 맞는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스템을 실현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공급중심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의 친환경 에너지자립 섬 구축에서, '지도 탄소제로 섬'이 수요관리시스템ㆍ신재생과 디젤발전의 자동연동ㆍESS 용량의 최적화 EMS 시스템 등 다양한 에너지신기술이 접목된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모델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