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안전사고는 예방을 최우선으로 한다. 마치 의료에서 큰 병이 걸리기 전에 예방을 위한 선조치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이번에 경기소방본부가 도내 물놀이 시설 전반에 대해 점검을 실시한 것도 예상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을 터다. 문제는 점검결과에서 드러난 우리사회의 안전의식이다. 그동안 수없이 터져 나온 크고작은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안전의식은 요행수를 바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소방당국이 이번에 점검대상으로 선정한 업체들은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8개의 대형 물놀이 시설들이었다. 연간 100만 명에 달하는 이용객을 보유한 업체가 포함됐다.

여름철에는 특히 물놀이를 즐기는 이용객이 집중된다. 이곳 8군데에서 모두 83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현지시정이 29건, 개선권고 53건, 전 항목 안전기준에 부합한 업체는 단 1곳도 없었다. 특히 화재위험이 높거나 기계실의 결함, 약품저장실의 관리상태 불량, 콘센트 감전위험, 미끄럼틀의 안전망 파손 등 중대한 결함이 다수 적발됐다. 전기와 소방,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약품관리 등 물놀이 과정에서 매년 되풀이 되는 다수의 안전사고 유형과 관련한 항목들이 고스란히 포함된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아직도 사회적 책임에 둔감한 대기업과 거대자본의 횡포를, 그리고 오래 길들여진 그들의 관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론하거니와 이번에 점검대상이 된 물놀이 시설들은 대개 어지간한 자본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곳이다. 이들의 안전의식과 태도가 이 정도다. 하물며 영세업체들이 운영하는 물놀이 시설이 부지기수이고 심지어 허가조차 받지 않고 영업하는 시설도 수두룩하다. 이들에게선 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용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책임의식이 충분한지 여부는 어떻게 점검하나. 물론 시설 점검은 중요하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떻게 안전의식을 확보하느냐의 문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사회의 안전의식이 어느 한 순간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임기응변으로 작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