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계획적 범죄의 경우 범죄자는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범행의 대상으로 삼는다. 가령 힘이 없어 보이는 작고 왜소한 남자가 범행을 저지른다면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여성이나 아이가 범행의 유력한 대상으로 검토되며 그 중에서도 어딘가 힘이 없어 보이고 무기력해 보이는 사람, 즉 저항하더라도 바로 자신이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고른다는 것이다.

이는 귀납적 분석이겠지만 '계획 범죄'를 설명하기에 꽤 유효한 내용인 듯하다. 핵심은 범죄를 계획할 때 범행대상이 되는 경우는 많은 경우에 자신보다 약자로 여겨지는 대상을 향한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여성이 곧 약자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추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더불어 많은 범죄가 '여성혐오'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더불어 최근 '왁싱샵 주인 살인사건' 또한 '여성혐오범죄'이다. '강남역'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지독히도 계획된 혐오' 범죄라는 점이다. 알려진 대로 범행을 저지른 자는 인터넷 영상을 통해 왁싱샵의 주인이 1. 여성이며 2. 인적이 드문 곳에서 3. 혼자 가게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범행에 착수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혼자 일하는 여성이라는 사실은 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구체적인 이유(동기)가 된 것이다. 살인은 어떤 식으로든 옹호될 수 없는 데다 범행의 계획과 동기에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반영되어 있는 한 '여성혐오범죄'와도 무관할 수 없다. '여성혐오범죄'는 단지 '여성이 싫어서' 벌어지는 범죄가 아니다.

여성이 약자로 전제되고 계획적인 위협의 대상으로 여길 수 있다는 사실이 곧 '혐오'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왁싱샵 주인 살인사건'은 그야말로 계획적인 혐오에서 비롯된 범죄인 셈이다.

우리는 이토록 계획적인 혐오의 세상에 산다. 한 성별이 약자로 규정되고 그런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는 이런 세상에 사는 사람 중 어떤 식으로든 '혐오'와 무관한 사람은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