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개통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김포 구간이 온통 잠긴 사태는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최근까지 집계된 피해 상황은 사망 1명에 주택 3359동, 상가 778동, 도로 68곳 등이 침수됐다. 재산 피해만 25억원에 달했다.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반지하 주택이 몰려있는 원도심 저지대 지역에 집중됐다.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신도심 지역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마가 끝나나 했더니 다시 중서부지방과 경북 북부지방에 호우 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됐다. 중국 남부지역의 태풍권이 뿜어내는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비구름대를 발생시키고 있어서라고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이제는 기상 이변이 아닌 일상적인 기상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연중 강수량의 3분의 1이 7월 한 달에 집중된다. 그것도 갈수록 일시적인 집중호우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전 8∼10시 2시간 동안 남구와 남동구의 경우 110㎜ 이상의 호우가 퍼부어졌다. 문제는 하수관·배수펌프장 등 방재시설은 과거 기상 추이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변화된 호우 현상을 커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배수펌프장은 5∼20년, 소하천은 30년, 우수 저류시설은 50년 등으로 시설물에 따라 서로 확률빈도가 달라 서로 연결된 시설물임에도 용량에 큰 차이가 있고 갈수록 대형화하는 재난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천의 경우 한 해 3∼4 차례의 호우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확률빈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2010년에는 시간당 92㎜, 총 175.5㎜의 비가 단시간에 퍼부어 50년 빈도(88.63㎜)를 훌쩍 넘은 때도 있었다.

하수관로 용량 확대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시는 예산을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변화된 기상 현상에 맞춰 하루빨리 시설 투자에 나서야 한다. 이에 앞서 당장 내일이라도 같은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은 선제적인 방재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