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의 원인은 현재까지도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의학적으로는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생리현상이며 태반이 잘 발달하고 있는 증거라고 한다. 1957년 8월1일 서독의 제약회사 그뤼넨탈 콘체른은 신약 '콘테르간'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면·진정제 성분의 탈리도마이드계 약품으로 최면작용은 약하지만 독성이 적은 것으로 생각하여 주로 임신구토증, 즉 입덧을 멎게 하는 약으로 임산부들에게 널리 사용되었다.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1958년부터 '이소민'이란 상품명으로 판매되었다. 독일의 소아과 의사였던 비두긴트 렌츠는 자신의 병원을 찾는 어린이 환자 가운데 기형아가 증가하는 사실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는 스스로 원인 규명에 착수했고, 콘테르간이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뤼넨탈에 알렸다. 그러나 그뤼넨탈은 그의 주장을 묵살했고, 도리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렌츠는 이런 사실을 1961년 논문으로 발표했고, 6일만에 독일에서 판매가 중지되었다. 일본 역시 기형아 출산이 사회문제가 되자 이듬해 출하가 중지되었다. 1963년 6월 피해자의 첫 번째 제소가 이루어졌지만 소송은 오래갔고, 1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1974년 10월에야 국가와 제약회사가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화해하였다. 그 사이 탈리도마이드에 의한 기형아 출산은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2000여명, 그 가운데 유럽에서만 8000명이 넘었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품국(FDA) 소속 의료담당관 프랜시스 켈시 박사가 제약회사의 온갖 로비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을 우려해 승인하지 않은 덕분에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독일 연방검찰은 1961년 12월부터 6년 반에 걸쳐 그뤼넨탈 경영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주주 9명과 연구원, 고위 임원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기소된 고위직 가운데 처벌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의약품 관련 법률에 따르면 신약 개발 시, 약을 복용하는 임산부의 태아에게 미칠 영향까지 조사하는 시험은 의무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뤼넨탈은 사건 발생 이후 50년이 흐른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사과했다. 옥시 레킷벤키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해결에 앞으로 얼마의 시일이 걸릴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