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도 없이 일한 교사·방학 중 등원 원하는 부모 '매년 갈등', 운영자는 임금 탓에 대체인력 꺼려 … 복지부 "처우개선비 인상"
#인천에 사는 보육교사 A씨는 오랜만에 꿀 같은 휴식시간을 갖게 됐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방학 중 등원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에게 "담당 교사가 아닌 당번 교사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고 말을 꺼내자 "다른 교사한테 내 아이를 맡겨야 하냐. 방학이 너무 길다"는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연차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며 아이들을 돌봐왔다는 A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곤란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보육교사도 근로자다. 휴식 없이 어떻게 일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직장인 B(41·인천 부평구)씨는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어린이집 방학에 고민이 많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이를 맡길 생각이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등원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B씨는 "상사의 휴가와 아이의 방학이 겹쳐 어찌할 도리가 없다. 죄송하지만 현재로서는 친정이나 시댁에 부탁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보육정책 속에서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보육교사와 또 한 명의 근로자인 학부모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보육교사의 하계휴가 등을 이유로 휴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단, 긴급보육수요 조사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당번교사 등을 두는 방식은 가능하다.

실제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여름철과 겨울철 등 1년에 1~2회 정도 자체 방학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등원 문제를 놓고 보육교사와 학부모들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B씨는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운 좋게 휴가나 맞으면 모를까 맞벌이 부부에게는 방학이 마냥 기쁘지는 않다"면서 "요즘 세상에 맞벌이 안 하면서 어떻게 애를 키우냐. 그에 따른 대책도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A씨는 "아파도 쉴 수가 없다. 내가 쉬게 되면 다른반 교사에게 우리반 아이들을 맡겨야 한다"면서 "그렇게 휴식없이 지냈다. 일반회사는 연차라도 쓰지 않냐. 보육교사에게는 그럴 여유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유아보호법은 휴가 또는 보수교육 등으로 보육교사의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교사를 배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임금 등의 문제로 이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처우개선비 인상 등을 통해 보육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대체교사 배치 문제의 경우 정부에서 따로 제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