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계획 인천 최초 '직장여성아파트'
9월 마지막 신규입주 … 1년 뒤 허물기로
▲ 1989년 첫 입주가 시작된 인천 최초 공단 여성 근로자 아파트가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게 됐다. 사진은 27일 부평구 산곡동 여성 근로자 아파트의 모습.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음식 배달시키면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나가서 받고, 택배도 경비실에 찾아가는 장소가 따로 있었다. 남자가 들어올 수 없으니까…."

충청도가 고향인 김정아(35·가명)씨는 10여년 전 일자리를 쫓아 인천으로 왔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그가 선택한 첫 보금자리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인천직장여성아파트'였다. 월 임대료가 10만원도 안 한다는 직장 동료 얘기에 혹해 입주했다가 내리 4년을 살았다.

김씨는 "원적산 중턱이라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데만 10분 이상 걸려 여름이나 겨울엔 고생 꽤나 했다"면서도 "당시 같이 살던 언니가 있었는데 처지가 비슷하다 보니 저녁에 일 마치고 파김치가 돼 서로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면서 위안이 됐던 기억이 아직 잊혀지질 않는다"고 회상했다.

1988년부터 근로복지공단이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운영하는 '인천직장여성아파트'가 오는 9월까지만 신규 입주 신청을 받는다. 내년 1월1일부터 입주민들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같은 해 9월, 건물이 헐릴 예정이다. 하루 12시간 단순 노동과 씨름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졌던 인천 여공들의 애환이 서린 공간이 30년 세월을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27일 근로복지공단 등에 따르면 인천직장여성아파트 정원 398명 중 현재 입주 가능한 인원은 105명이다. 4분의 1 정도 공실인 셈이다. 42.9㎡(13평) 면적 아파트에 35세 이하 무주택 여성 노동자 2명씩 살도록 규정하고 있다.

100만원도 안 되는 보증금에 한 달 10만원 남짓(큰방 11만3000원·작은방 7만5000원)만 내고 최대 4년까지 살 수 있다. 빈자리가 많다 보니 6년까지 허락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관리사무소 측 설명이다. 직장여성아파트는 인천과 서울 구로, 경기도 부천, 부산, 대구, 춘천 등 총 6곳이다.

지금은 정원을 다 채우기도 버거운 실정이지만 1980~1990년대엔 방이 모자라 한 세대에 3~4명씩 살았다. 부평산단에 있는 공장과 계약을 맺고 여성 노동자 사택 개념으로 활용하던 시기다.

인천에 아파트가 별로 없던 시절이라 인기도 높았지만 시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대기자도 넘쳐났다.

인천직장여성아파트가 있는 부평 산곡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주요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미혼독신 여성들이 혼자 사는 걸 선호하면서 입주자가 줄었다"며 "산곡동 일대가 재개발로 들썩이는 것처럼 이 아파트도 곧 있으면 행복주택으로 탈바꿈한다. 산업화 역사가 또 하나 지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