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공원 입구 표지석 예정...다른 2곳은 철거 '묵묵부답'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장소를 알리는 표지석이 3개로 늘어나게 생겼다. 인천시는 체결지로 밝혀진 자유공원 중턱에 내년 표지석을 세워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으려고 하면서도 기존 표지석들에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존 표지석을 두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실제 장소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인천시는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로 확인된 중구 북성동3가 8-3, 탱고스튜디오 자리에 표지석을 새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시는 중구와 협의해 내년 예산에 표지석 설치비를 반영하기로 했다.

자유공원 입구에 있는 이 자리는 지난 2013년에야 조약 체결지로 밝혀졌다. 개항 당시 '제물포지도'가 발견되면서 체결 장소를 둘러싼 논쟁도 종결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구 화도진공원과 중구 인천올림포스호텔, 자유공원 어딘가일 것이라는 주장이 분분했다. <인천일보 2013년 9월16일자 1면>

올해로 135주년을 맞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은 1882년 5월22일 체결됐다. 조선이 서구와 맺은 최초의 조약이다. 강덕우 인천시역사자료관 전문위원은 "지도가 나왔기 때문에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가 자유공원 입구로 입증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는 고쳐 쓰였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동구 화도진공원과 중구 인천올림포스호텔에는 여전히 조약 체결 장소라고 적힌 표지석이 존재한다. 내년 자유공원에도 표지석이 생기면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가 3개로 늘어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역사적 오류가 바로잡히지 않는 배경에는 해당 기초자치단체의 침묵이 있다. 지난달부터 시는 중구·동구에 기존 표지석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중구는 자유공원에 새로 표지석을 설치하자는 제안에 동의하면서도 2006년에 세워졌던 올림포스호텔 앞 표지석 처리에는 입을 닫았다.

매년 화도진축제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 재현식을 여는 동구는 한발 더 나아가 표지석을 그대로 둘 뜻을 내비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체결지에 대한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며 "화도진공원이 실제 체결지가 아니더라도 표지석을 철거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중구·동구와 기존 표지석 문제를 계속 협의하겠다"면서도 "끝까지 반대하면 철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