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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교문에 늘 있어 든든하고 좋아요."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환호한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전국 초·중·고 모든 학교에 배움터 지킴이 자원봉사활동가들이 배치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공직에서 평생을 봉사하고 퇴임한, 국민훈장을 서훈한 분들이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경찰청 주관으로 배움터 지킴이 제도가 시범 운영됐다. 퇴직경찰(경우회), 퇴직교원(교육삼락회) 두명이 한조가 되어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중·고등학교에서 시범으로 실시한데 이어 현재는 1교에 1명의 배움터 지킴이가 배치돼 있다.

40여 년 간 교단에서 나름대로 교육열정을 발휘하고 퇴임한 후 배움터 지킴이 시범단에 참여, 지금까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수무푼전(手無分錢) 백수건달(白手乾達)'로 소일하던 노년에 아직도 쓸모있는 보람찬 일을 할 수 있다니 힘이 솟는다.

하루 일과 없이 늦잠자고 게으름 피며 TV만 보던 지루한 생활이 바뀌어 아침 일찍 직장 나가는 아들보다도 먼저 일어나 서둘러 출근한다. 학교에도 일찍 나가 교문주변의 쓰레기를 쓸고 등교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일일이 웃음으로 맞이한다.

이어 오전 8시부터 학교길 횡단보도에서 교통안전 지도를 한다. 오가는 학생들, 지역 주민들과 사이에 웃음과 격려, 감사의 인사가 꽃을 피운다. 봉사를 마친 뒤 교문 옆 배움터 지킴이실에 하루 종일 머물며 늦게 오는 학생, 외출하는 학생들을 보살펴 주고 수시로 드나드는 방문자들을 안내하느라 종일 쉴 틈이 없다. 등·하교하는 발랄한 학생들을 바라보노라면 힘차고 밝은 미래의 꿈을 보는 것 같아 눈이 부시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평화로운 대한민국의 생기왕성한 미래의 청소년들을 위해 나의 재능을 기부하여 마음껏 봉사하는 열정은 참으로 뜨겁고 보람차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충성'을 외치며 거수경례를 하는 학생도 있다. 씩씩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정이 펄펄 넘치는 학생들도 있다. 어떤 학생은 하교할 때 내 곁으로 다가와 지금의 자기 심정을 말하며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가끔 일부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이 '경비 아저씨'라고 부를 때면 미소를 머금고 시정해 준다. '경비 아저씨'가 아니라 배움터 지킴이실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라고. 경비 아저씨와는 달리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학생지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상호 존중하고 긍정하는 마음의 교류가 참으로 중요한 소통이지 않은가. 정당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이고 존중의 첫 단추다.

10여년 간 한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니 내 집처럼 정이 들대로 들었다. 졸업생들이 학교를 방문할 때면 제일 먼저 정다운 인사를 나눈다.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에겐 인성교육 자료를 직접 만들어 나누어 주기도 하고, 이름을 삼행시로 지어 선물로 준다.

효(孝)에 관한 시, 공부나 친구, 자연사랑에 관한 시를 줄 때도 있다. 시를 통한 감성 교육이다. 나의 인생경험, 40여 년 교직생활의 축적된 값진 노하우(know how)를 될수록 많은 학생들에게 들려주려 한다. 배움터 지킴이 이전에 학부모이고 지역사회의 어른이다.

지역사회의 길라잡이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저 많은 학생들이 나를 외면하고 멀리하지 않는 한 오늘도 내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희망찬 마음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초지일관 변함없이 건강한 배움터 지킴이 자원봉사활동가로 영원히 남고 싶다.

/ 이재기 배움터지킴이 자원봉사활동가·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