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들이 큰 일을 해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전격 해체된 해경이 3년 만에 부활했다.

물론 해경의 되살아남이 온전히 인천시민의 힘 덕분은 아니었다 해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해사법원 유치, 인천지방국세청 신설에까지 여세를 몰고가자는 기세다. 인천시민들이 똘똘 뭉쳐 지역의 큰 현안을 풀어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천대교 주경간폭 확장, 굴업도 핵폐기장 문제 때에도 계층과 정파 등을 초월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이 부분에서 아쉬운 점을 하나 지적하고 싶다. 거센 파도와 같았던 뭉침이 '그 때뿐'이었다는 것이다. 사태가 해결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듯 너무도 빨리 평상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다.

지역 내 문제를 놓고 소수 또는 집단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이념·계층·정파·성향·지역 간 빚어진 첨예한 갈등은 서로의 가슴에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그 후유증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고 일부는 여전히 깊게 패여진 골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처는 감정을 쌓이게 하고, 쌓인 감정은 또다시 누군가의 가슴을 향해 날아갈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은 오래전부터 주인이 없고, 정체성도 없고, 모래알 같다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다. 틀린 말이 아니다.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초창기를 돌아보면 인천은 태생적으로 그런 숙명을 안고 출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세기가 훌쩍 지났다. 도시의 위상이나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국내 타 도시에서 인천에 보내는 시선은 부러움 일색이다. 인천의 발전상이나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도 됐다. 아니, 바뀌어야만 한다. 사사로운 이익이나 기득권은 내려 놓고, 모든 판단의 잣대를 '소수의 우리'가 아닌 오로지 인천과 인천시민에 두어야 한다.

기초가 부실한 누각(樓閣)이 무너져내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번 해경 부활 과정에서 보여준 인천시민의 힘이 지역 내부의 변화로 이어지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