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석씨 사비 들여 쓰레기 치우고 사람도 구해
"아름답고 역사적 가치 있어…관광명소 거듭나길"
▲ 25일 인천 남항 역무선부두 방파제에서 조호석씨가 "역무선부두는 인천에서 몇 안 되는 청정 부두 중 하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청정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역무선부두로 놀러 오세요."

조호석(52)씨는 인천 남항 역무선부두에 상주하는 안전지킴이자 길잡이다.

역무선부두가 인천시민에게 개방된 2014년 이전부터 부두 주변을 청소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앞장서 왔다.

조씨는 "2006년부터 역무선부두를 지켜왔다"며 "당시엔 인근 연안부두 상권이 침체돼 동네 주민들과 어떻게 하면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역무선부두를 청소해 깨끗한 관광명소로 조성하자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루에 수십t의 쓰레기가 발생된 적도 있었는데 쓰레기는 모두 개인 돈으로 처리했었다"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새마을 정신' 하나만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역무선부두의 깨끗함이 훗날 부두가 시민의 품에 안기는 데 일조했다고 한다.

그는 "주민들이 역무선부두 개방을 요청해 현장을 둘러보러 나온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등 관계자들이 '이렇게 깨끗한 곳이 있었냐'고 감탄을 했었다"며 "분명 우리의 환경 미화 활동이 부두 개방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했다.

조씨는 안전지킴이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는 "몇 년 전 새벽 시간에 코란도 차량 한 대가 잠긴 문을 그대로 밀고 방파제 끝에 있는 등대 쪽까지 들어갔다"며 "현장에 달려가 보니 70대로 보이는 운전자가 사고 충격으로 차 바로 옆 바닥에 누워 있었고 차량은 바다에 추락할 것 같은 위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우선 차에 올라타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렸는데 그 사이 운전자가 다시 바다에 뛰어들려고 해서 허리춤을 잡아 힘으로 눕히고 119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며 "깊은 바다에 빠지면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하는데 당시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 안전지킴이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일이었다"고 했다.

주말엔 관광객을 상대로 역무선부두 소개 등 길잡이 역할을 하는 조씨는 앞으로도 역무선부두의 매력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조씨는 "역무선부두는 아름다운 바다와 팔미도가 훤히 보이는 청정 부두이자 100년 넘는 인천항의 역사가 깃든 부두"라고 말하며 "일제시대 조성된 내항 내에 자리한 점과 현재는 수출용 차량 수천대를 싣고 입출항하는 대형 선박의 모습 등 한국의 발전상을 이곳에선 한 번에 다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역무선부두가 앞으로도 잘 보존돼 많은 시민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박범준 기자 parkbj2@inceh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