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취약구조 … 관련규정 없어
얼마 전 인천지역 폭우로 피해를 본 도시형생활주택 기계식 주차장에서 차량을 빼내는 데에만 길게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이 지하 기계 설비에 들어가서 차량을 꺼낼 수 없다 보니 처리 속도가 더디다. 이처럼 침수에 취약한 구조지만 담당 자치단체에는 방지 시설 등 관련 규정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25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달 23일 시간당 최고 110㎜ 물 폭탄이 쏟아진 뒤 잠긴 도시형생활주택 기계식 주차장들을 상대로 사흘째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배수 작업에 그치는 수준이다. 소방차를 동원해서 퍼내야 할 정도로 유입량이 만만치 않다.

이번 비로 침수된 남구 한 도시형생활주택 기계식 주차장에선 차량을 밖으로 빼내는 기간만 한 달 남짓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주민들 얘길 들어보면 기계 전체에 물이 스며들어 시스템 복구하는 데 적지 않은 시일이 필요하다.

배수를 마친 주차장 내부는 차들이 물에 떴다가 가라앉으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해 마구 뒤엉켜있는 모습이었다. 지상 입구에서 한꺼번에 밀려들어 온 수압에 벽면 일부는 완전히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도시형생활주택에 기계식 주차장이 많은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운전자가 직접 차를 운전해 자동차를 입출고하는 '자주식 주차장'을 갖추려면 토지 매입비 등 적지 않은 돈이 든다. 자치단체에선 1세대 당 주차 1면을 확보하지 않으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으니 입출고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어도 기계식 주차장을 선호해 왔다.

사실 남구와 부평구 등에서 벌어진 도시형생활주택 기계식 주차장 침수 대부분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던 부분이다. 예전부터 거듭 비 피해가 있던 동네에서 또다시 발생한 물난리다.

김일환 부평구의원은 "지상 1층 주차장과 연결되는 기계식 주차장 입구를 지면에서 30㎝만 띄웠어도 침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기계식 주차장 자체 문제라기 보다는 세밀하지 못했던 설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인천지역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주차장법이나 시행령을 찾아봐도 기계식 주차장 침수 관련 규정은 없다"며 "현재 도시형생활주택 기계식 주차장 피해도 집계 중"이라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