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터진 인천, 복구작업 구슬땀
이달 23일 110.5㎜짜리 폭우로 허리까지 물이 찼던 인천 남구 승기사거리 일대. 비가 잦아들고 물이 빠지면서 다시 땅이 드러났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여전히 축축했다.
24일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이틀째 장맛비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가재도구 말릴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집과 가게, 공장에서 제 역할을 하던 물건들은 이제는 쓰레기로 변해 골목 곳곳에 쌓여 있었다. 널브러져 있는 양만 봐도 밤새 물 폭탄과의 사투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 만난 김모(67·여)씨를 따라 들어간 그의 반지하 집에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전날 양수기로 물을 퍼내고 걸레질을 해도 우중충한 날씨 탓에 곰팡내 비슷한 악취가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벽지엔 무릎 높이까지 흙탕물 자국이 있었다.
김씨는 "물이 더 썩기 전에 전부 내놔 물기 빼고, 집 구석구석 닦고 싶다"며 "당장 해가 난다고 해도 할머니 혼자 살다 보니 냉장고며 가구 등은 어떻게 나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점심쯤 찾아간 부평구 부평남초등학교 이재민대피소는 텅 비어 있었다. 이곳에 머물러 있던 피해민들은 삶의 터전을 되찾기 위해 복구 작업에 나선 것이다. 대피소가 위치한 부평2동에 접수된 집중 호우 피해 신고만 무려 95건이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소속 한 자원봉사자는 "날씨도 날씨지만 침수 피해가 심한 반지하나 저층 주택들에 주로 노인분들이 많이 살아 복구 속도가 더디다"며 "밥솥이나 가스레인지가 젖었으니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관계자는 "피해가 극심한 부평2동을 포함해 가재도구 정리, 세탁지원을 하고 있으나 비가 계속돼 수해 복구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침수 피해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어 피해 세대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가 침수가 많았던 남동구 간석역 상권은 쑥대밭이 됐다. '침수 휴업' 팻말을 내건 가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특히 노래방이나 다방 등 지하층 상가들은 언제 영업을 재개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간석역 앞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2001년 7월에도 큰비가 와서 양수기로 펐는데 17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한테 너무 가혹하다. 하늘 탓할 게 아니라 행정 탓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릴 높이기도 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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