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 발령 1시간 지나서야 빗물펌프장 가동
하수관 용량 폭우 감당 못해 … 침수지 예측도 빗나가
▲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던 인천 남동구 간석역 인근의 도시형 생활주택 지하주차장이 뒤엉킨 차량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24일 오전 한 주민이 손전등을 켜고 자신의 차량을 찾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1시간 남짓 내린 폭우로 인천이 물에 잠기면서 인천시의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배수펌프는 비가 쏟아진 지 한참 후에나 가동됐으며 강우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하수관로가 지역 곳곳에 매설됐다. 시의 안일한 행정이 시민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4·19면

지난 23일 인천의 강수량은 남구와 동구 110.5㎜, 남동구 110㎜, 부평구 92㎜, 중구 85.5㎜ 등을 기록했다. 이날 비는 오전 6시 15분부터 내리기 시작해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다 정오쯤 그쳤다.
1시간 남짓의 기습 폭우였지만 피해는 막대했다.

24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주택과 상가 등 2345채가 물에 잠겼다. 각 군·구별로는 부평구 655건, 남동구 652건, 남구 525건 서구 439건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오전 7시까지만 해도 895채로 집계됐으나 각 군·구의 집계 피해 상황이 추가로 더해지며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시는 국지성 호우를 핑계로 침수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의 늑장 대처와 제구실을 못하는 배수시설을 원인으로 꼽는다.

시는 13개소 빗물펌프장의 배수펌프를 비가 상당량 내리고 나서야 가동했다. 부평구 3개소는 오전 9시, 남구와 남동구도 비슷한 시각에 펌프를 작동했다. 이미 인천은 오전 8시를 기점으로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하수관로의 용량도 문제다.

인천에는 10~30년짜리로 계획된 하수관로가 매설되어 있다. 10년 빈도는 1시간당 62㎜, 20년 빈도는 77.18㎜, 30년 빈도는 82.33㎜의 비를 감당할 수 있다. 이번 강우는 약 90㎜로 인천에 매설된 하수관로가 버틸 수 있는 강도가 아니었다. 지난 2010년에는 시간당 92㎜, 총 175.5㎜의 비가 내려 50년 빈도(88.63㎜)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하수관로 용량 확대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시는 예산을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수도 시설 배수능력을 강화해 침수 대응에 나서겠다는 시의 계획과 전면 배치된다. 시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자연재해로 276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호우 피해는 122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44.2%를 차지한다.

시 관계자는 "피해가 컸던 남구와 남동구 일대는 현재 18곳의 상습침수우려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이 또한 반영해 관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침수 피해가 커지는 데는 하수관로를 포함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하수도 정비 기본계획을 세울 때 하수관로 확대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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