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행사
▲ 영화 상영 뒤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오늘따라 미림극장에 어린 친구들이 많네?"

주말을 맞아 문화마실을 나온 어르신들이 평소와는 다른 극장 분위기에 한층 들떠있다.

"어서 오세요!"

매표소에선 13살 난 여학생이 능숙하게 티켓을 끊어 건네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눈다.

지난 22일 인천 동구 추억극장 미림(이하 미림극장)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한 학기 과정을 마친 청소년들이 직접 준비한 '미림 추억영화제'가 열렸다.

6개월 간 배운 영화의 역사와 제작 과정, 촬영 기법, 미림극장의 전통과 역사 등을 영화제로 기획해 시민들에게 발표하는 행사였다. 15명의 학생들은 콘셉트부터 기획, 영화 제작, 홍보, 운영 등 전 과정을 손수 준비했다.

1층 로비는 풍선과 알록달록한 장식, 정성껏 꾸며놓은 포토존, 간식거리를 주는 추억의 뽑기 이벤트가 가득해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이의모(85)옹은 "고전 영화를 좋아해 자주 오는데 오늘은 유독 손주뻘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어 마음이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영작은 '신데렐라 1950', '신밧드의 7번째 모험 1958', '오즈의 마법사 1939' 등 학생들이 어르신들과 함께 보고싶은 고전 영화로 이뤄졌다. 매 영화가 끝난 뒤 학생들을 지도한 서은영 감독과 학생 2명이 무대에 올라 영화를 본 소감 등을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 순서도 이어졌다.

"관객 여러분 환영합니다. 지금 보실 영화는 1939년 작품 '오즈의 마법사' 입니다. 아름다운 무대 디자인과 많은 특수 분장을 선보인 이른바 '1930년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입니다."

영화 시작 전, 이지수(12·창영초)양이 마이크를 잡고 작품을 소개했다. 관객들은 이양의 야무진 인사에 흐뭇한 미소가 한 가득이었다.

그중 가장 뿌듯한 관객은 지수 양의 어머니 홍희주(40)씨. 홍씨는 "지수와 어린 친구들이 일일 스태프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다"며 "단순 발표회가 아닌 축제 형식으로 하니 볼거리도 많고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또 하나의 깜짝 순서는 '단편 영화' 상영 시간. 학생들은 시나리오 구성부터 촬영, 출연, 편집한 반전호러극 '영화'와 드라마 '당신의 추억을 찾아드립니다' 등 3분 분량의 영화 2편을 공개했다.

'당신의 추억을 찾아드립니다'를 총연출한 사준서(16·인주중)군은 "시나리오 수업 때 재밌게 본 영화 '라이온 킹'은 찾아보니 지금의 30대들이 10대 때 개봉한 영화였다"며 "순간 이곳에서 옛 영화를 보고 추억을 찾는 내용이 떠올라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어느덧 막바지로 향했다. 옛날 영화를 보고 관객들은 모두 그 시절 추억에 잠긴 표정이었다. 10대부터 80대까지 전 세대가 상영관에 모여 축하와 감동을 나눴다.

이소윤(13·인천남부초)양은 "그동안 미림극장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렇게 역사 깊은 곳에서 영화를 배우고, 배우로 출연하며 영화도 찍을 수 있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현준 미림극장 운영부장은 "고전영화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주로 어르신이 많이 찾는데 오늘만큼은 어린 친구들로 북적여 정말 세대소통을 이룬 문화공간이 됐다"며 "토요문화학교를 거친 학생들 중에 세계적인 영화감독, 유명한 촬영감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