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상 불투명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인천지역 상가 곳곳이 침수 피해로 영업을 중단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물난리에 내다 팔아야하는 과일이 떠내려가고, 식당 집기류가 잠겼지만 정부 보상마저 불투명해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23일 오전 11시쯤 남동구 간석역. 비 폭탄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양수기와 견인차 엔진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했다. 전날 늦게까지 장사를 하고 퇴근을 한 상인들은 '가게가 잠겼다'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뛰어나왔다. 상인들은 젖은 냉장고와 식기류 등을 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노래방 주인 A(56)씨는 "지하 1층 노래방이 물에 잠겨 있어 양수기를 이용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제서야 물을 퍼내고 있는데, 안에 기계까지 빼내고 정리하려면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간석역 주변 지형은 저지대로 평소 비가 올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발생해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성인의 허리 높이만큼 비가 올 정도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간석역 앞 공영주차장 관리인은 "요금 정산소 문 손잡이까지 물이 찼을 정도로 차량 침수 피해가 심각하다"며 "해마다 비 때문에 주차장이 잠기긴 했어도 이런 지경은 드물다"고 전했다.

인천 동구 송림오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로를 집어삼킨 빗물이 상가 안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특히 이 가운데 한 이불가게 상인은 물에 젖은 이불을 빼내느라 분주했다.

이불가게를 운영하는 최미숙(54·여)씨는 피해액이 약 600~700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가게에 가득 찬 빗물을 3시간 째 양동이로 퍼 나르고, 물에 젖은 이불들을 빼내고 있다"며 "물에 젖은 이불을 팔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음식점 입구에는 '침수로 인해 오늘 영업 못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여두는 등 침수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자리를 치유하는 데 집중했다.

현대시장 상인도 비 피해를 입었다. 빗물이 갑자기 차오르면서 토마토와 복숭아 등 과일들이 모두 떠내려갔다. 값으로만 따지면 50만원 어치다.

상인 B(67·여)씨는 "빗물에 과일이 떠 내려 가는데 도로까지 나가야 해서 건져낼 수도 없었다"며 "10년 만에 또 비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회진·김원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