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군 공항 이전 사업이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한 채 이전투구를 계속하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의 입장이 다르고 시민단체들의 입장이 다르다.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자세한 정보마저 제공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국방부는 지난 2월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시를 결정, 발표했지만 아직 화성시장조차 만나지 못하고 있다. 화성시장의 반대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가장 적극적인 수원시는 화성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설명회를 열어야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이 와중에 시민단체들은 이전이 아니라 아예 군 공항을 폐쇄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원 군공항 폐쇄를 위한 평화회의'를 발족해 여론을 조직화 하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해당 주민들은 변변한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군 공항 이전의 필요성과 추진방식, 주민지원책 등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마저 제공되지 못한 상태다.

주민들도 수원시의 입장에 대해선 대체로 이해하는 편이다. 처음 설치 당시 시 외곽에 자리 잡았던 군 공항은 점차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팽창하면서 이제는 도시 한복판을 차지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주거지와 가까워지면서 비행기 소음 등으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강요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이전지다. 국방부가 이전지로 결정한 화성시의 경우 군 공항에 대한 거의 원초적 알레르기가 있다. 수십 년간 매향리 사격장으로 인해 겪었던 피해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매향리에서는 수년 동안 여러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멀쩡하던 주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고, 정신적 착란을 경험했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지금은 평화공원이 들어서고, 박물관이 들어섰다. 하지만 아직은 매향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는 공군 사격장이요, 다른 하나는 군 공항이다. 그렇다면 정작 이 둘은 어떻게, 얼마만큼 다른 시설인가. 왜 굳이 이곳에 있어야 하는가.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편익은 무엇이며 얼마인가. 국방부는 먼저 군 정보를 포함해 공개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