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3구간 설계용역 재개' 600억 들여 2022년 준공 계획 … 주민 "산업기능 잃어 제2의 월미은하레일 될 것" 반발
인천 배다리를 관통하는 도로 공사가 멈춘 지 수년 만에 재개되고 있다.

배다리 주민들은 계획 당시의 기능이 상실된 도로로 인해 마을이 단절될 위기에 처했다며 "재정을 낭비하는 제2의 월미은하레일"이라고 반발한다.

인천시는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국제강 간 도로'를 단계적으로 개통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총 길이 2.92㎞로 배다리를 관통하는 이 도로는 전체 4개 구간으로 나뉜다.

4구간인 유동삼거리부터 삼익아파트까지 0.94㎞만 2010년 말 공사가 끝나 개통됐다.

나머지 3개 구간은 길게는 14년 동안 방치됐다.

동구 송현동 동국제강 인천공장부터 송현터널까지 1구간(0.875㎞)은 2011년 고가도로가 건설된 채로 막혀 있다.

2003년 공사가 끝난 송현터널에서 송림로에 이르는 2구간(0.725㎞)도 마찬가지다.

시는 지난해부터 1·2구간을 개통하기 위한 정비 공사를 하고 있다.

고가도로엔 방음벽이 설치됐고, 가로등을 설치하는 전기 공사도 계획돼 있다.

시는 빠르면 11월 초 동국제강부터 송림로까지의 구간을 개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림로~유동삼거리를 잇는 3구간(0.38㎞)은 상황이 다르다.

주민들은 배다리를 절반으로 관통하는 도로가 마을을 반 토막 낸다며 반대한다.

배다리 관통 도로를 둘러싼 갈등은 10여년간 계속되고 있다.

배다리에 사는 하유자(67)씨는 "40년 살아온 동네를 가르려고 파헤치면서도 주민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다리 주민들은 이 도로가 2001년 계획 때와 달리 산업도로 기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배다리위원회는 이날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북 수송 체계를 구축한다는 개설 목적은 제2외곽순환도로(인천~김포)가 기능을 대신하고 있어서 명분이 사라졌다"며 "송도·청라국제도시를 잇는 직선 길을 낸다며 역사·문화의 모태인 배다리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다고 강조했다.

배다리 관통 도로 공사에는 지하차도 건설을 포함해 600억여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월미은하레일처럼 각종 문제와 재원 낭비를 일으키는 도로 계획을 폐기하고 주민 친화 공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했다.

이달부터 시는 배다리를 가르는 3구간 설계 용역을 재개한 상태다.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착공해 2022년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용역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주민 의견을 반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