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기간 압박에 휴식 불가
주방, 40도 치솟아도 선풍기 못켜
인천에 올해 들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빨리 찾아왔지만 일터 곳곳은 더위에 취약한 실정이다.

수도권기상청 인천기상대는 19일 인천 낮 최고기온이 33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이날 11시를 기해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2017년 처음 발효된 폭염주의보로, 지난해(8월3일)보다 15일 정도 빨랐다. 오랜만에 맑은 날씨로 일사량이 많아지면서 기상청은 바깥 외출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가운데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폭염을 꼽는다. 온열질환으로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연일 계속된 장맛비로 작업이 밀린 건설현장 등에선 탄력 근무제와 같은 노동자 보호 장치는 대부분 작동하지 않았다.

부평구 한 주택 건설현장에서 만난 김모(45)씨는 "약속한 작업기간이 있는데 몇 주 동안 내린 비 때문에 많이 늦어졌다며 업체 측에서 좀 서둘러 달라고 하더라"며 "점심 먹고 그늘에서 낮잠이라도 자는데 오늘은 그런 여유도 못 부렸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중에선 얼음조끼와 얼음, 식염포도당을 지급하는 놓은 곳도 더러 있지만 극소수 얘기다. 2·3군 업체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보통 장마 지나면 공사기간 압박에 휴식 역시 마음 놓고 누리기가 어렵다.

실내에서 근무하더라도 열악한 환경 탓에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양구 한 국밥집 주방에서 일하는 장모(56)씨는 "대형 국솥과 뚝배기들이 내뿜는 열기에 요즘 주방 온도계 눈금이 40도 가까이 올라간다"며 "가스 불 신경쓰여서 선풍기도 맘대로 못 켜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감시체계 자료에 따르면 올 5월29일부터 7월17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404명. 발생장소를 보면 작업장이 129명(실외 117명·실내 12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천지역 한 노동계 관계자는 "폭염기 휴식제를 법제화하고, 상황에 따라 작업 중지 등을 보장하는 것이 관련 사고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