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사랑모임, 부평 갈월초서 '구출 작전'
10년째 굴포천 정화활동 … 생물 보호 앞장
▲ 지난 10년 동안 인천 부평지역 굴포천 보전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하천사랑모임 주축 멤버들. 왼쪽부터 남선희 사무국장, 이화숙 조장, 은종희 조장, 서자영 조장.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지난달 30일 저녁. 십여명 사람들이 인천 부평구 갈월초등학교 운동장 배수로 뚜껑을 뜯기 시작했다. 어른부터 학생들까지 각자 손에는 뜰채를 쥐고 있었다. 배수로 바닥이 모습을 드러내자 다들 허리를 숙이곤 열심히 뭔가를 퍼내기 시작했다. 바로 '맹꽁이 올챙이 구출 작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 보호종으로 지정된 맹꽁이는 통상 6~8월 사이 장마철을 이용해 산란한다. 올해는 무슨 이유에선지 맹꽁이들이 갈월초등학교 운동장 배수로에서 알을 낳았다. 손에 든 컵마다 맹꽁이 올챙이가 가득 담길 정도로 수가 꽤 됐다.

운동장 배수로에 갇혀 있는 맹꽁이 올챙이를 살 만한 환경으로 옮기는 이번 구출 작전은 부평지역 굴포천 보전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하천사랑모임(대표 강승진)'에서 주도했다.

구출 작전에 참여한 하천사랑모임 서자영 분과 조장은 "굴포천 맹꽁이들이 하천과 연결된 배수로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 산란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맹꽁이 올챙이 이주에 더해 갈월초 학생들에게 올챙이 관찰 등 생태 교육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맹꽁이가 울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맹꽁이 노래는 가뭄 끝을 알리는 축가(祝歌)인 셈이다. 하천사랑모임 구출이 아니었다면 갈월초 배수로에 살던 맹꽁이 올챙이들은 한 번 울지도 못하고 존재감 없이 사라질 뻔했다.

하천사랑모임은 2007년부터 10년 동안 맹꽁이와 같이 굴포천에 서식하는 양서류와 파충류를 지키는 것은 물론 하천 정화 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삼산4교부터 목수천까지 이어지는 물길이 주요 활동 무대다.

봄에는 하천 주변에 난 유해식물 새싹을 제거하고 요즘처럼 장마철엔 맹꽁이 살피기부터 떠내려온 쓰레기 줍기까지 1년 내내 굴포천 환경 정비에 여념이 없다.

하천사랑모임 남선희 사무국장은 "굴포천 인근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생태교실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하천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도심 속 하천 가치를 알려주기 위한 노력이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