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2015년 겨울, 백령도에서 만난 정육점 사장님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구급 헬기가 조금만 더 빨리 왔더라면, 아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뭍에서 산다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하대병원 앞에 사는 나는 이따금 들리는 구급헬기 소리에 그 사장님을 떠올린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엊그제 '드론(무인기) 앰뷸런스'를 페이스북에서 봤기 때문이다. 프로펠러가 4개 날린 드론은 환자 외에 구급대원까지 실었다. 그래도 백령에서 인천항까지 드론으로 오는 것은 꿈같이 들린다. 기술적으로 2시간 이상을 날아오려면 리튬 배터리 용량이 커야 하고, 경로가 전파에 방해받지 않고 통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늘 그래왔듯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다.

인천만큼 드론이 필요한 곳은 없다. 우선 인천의 미래를 위해서다. 아름다운 168개섬의 홍보사진을 찍기 위해, 넓은 강화의 논밭을 관리하기 위해, 가뭄일 때 인공강우를 위한 요오드화 은을 구름에 뿌리기 위해, 퍼져있는 건설현장의 비산먼지를 단속하기 위해, 산불이나 조난을 감시하기 위해, 도서의 위급환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항만에 진입하는 대형 선박의 안전점검을 위해, 교각의 균열 등을 살피기 위해, 북한 접경지역 탐색을 위해… 셀 수 없는 용도로 우리나라 어느 곳보다 필요하다.

한편으로 드론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최적지가 인천이다. 한국드론협회의 앱인 'Ready to Fly'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많은 지역들이 비행장, 건물, 송전탑 등 제약이 많다. 내륙의 드론 파일럿 들은 이른바 드론 성지를 찾아 나서고 가까운 적격지로 꼽는 곳이 인천이다.

송도, 영종 북부, 강화 남단 등의 광활한 바닷가 지역은 항공이나 안보 관련 제한이 없는 지역이다. 송도 연세대학교 인근 달빛공원에 가면 많은 드론 파일럿들을 볼 수 있다.
인천을 기반으로 하는 드로젠 등 드론업체가 레이싱 대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남동산단 등에 10여 개의 업체들이 있다. 제조 인프라도 갖춘 상태다. 한계는 있다. 중국이 전세계 드론의 70% 이상을 생산한다.
기술도 우리가 따라잡기 버거운 수준이다. 드론시장은 올해 3백만 대 출하되고 규모만 60억 달러를 넘어서는 황금어장이다. 희소식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탁승호 박사가 드론의 세계표준을 만들고 채택된 것이다.
드론에 모듈을 심고 사용자와 드론 간의 통신이 완전히 일치토록 하는 것이다. 국제표준 면허를 바탕으로 진일보한 드론에 대한 투자에 힘쓴다면 인천도 드론 생산과 운용의 주도적인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

인천은 그간 아시안게임 경기장이나 문학경기장에서 드론 대회를 유치하면서 드론의 대중화에 나섰다. 한국드론레이싱협회의 이원근 이사는 "드론 기능올림픽처럼 드론의 기능을 종목별(예를 들면 측량 등)로 겨루는 행사도 세계의 많은 마니아를 모으며 붐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할 일은 많다. 전국 14곳에 있지만 인천에는 없는 초경량비행장치 전문교육기관을 두게 하고, 안전요원이 상주하며 관련 시설을 지원하는 드론공원을 설치할 수도 있겠다. 인천은 이미 여건을 갖추고 있다. 생산적인 드론 생태계로 만드는 것은 정책의 몫이다. '항공혁신도시' 인천이 올해 '항공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 및 추진과제' 용역을 통해 드론 산업 지원체계를 구축키로 한 까닭이다.

정부가 현실에 맞게 법정비도 해야 한다. 드론의 날카롭고 빠른 날개가 부딪히면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다. 그런데 12kg 이하의 드론 조종은 면허도 필요치 않다. 현재 KB 등 3개 보험회사에서 대인 보험을 하고 있다. 비행금지구역이나 일몰 시 등 불법 운항은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항공안전법 정도다. 중국은 무게, 용도 등에 따라 7개로 분류하고 유형별로 비행범위, 안전기준, 조종자격, 준수사항 등을 법에 넣었다. 이미 18개월이다. 등록된 드론의 실시간 위치를 식별하는 클라우드 시스템까지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3월에 국토교통부에서 주최한 토론회를 보니 공공기관의 드론 활용, 교통체계 확립, 제작업체 육성 등 본격적으로 활성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