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곤 '피오레에스' 공방장, 회사 그만두고 공예교실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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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화려한 직업보단 내가 하고픈 일을 해야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택했죠, '가죽'."

인천 남동구 논현동 문이 열린 한 가게에 가까워질수록 특유의 가죽냄새가 코를 찌른다. 벽엔 빨강, 분홍, 노랑, 연두, 갈색 등 화려한 빛깔을 자랑하는 가죽 수 십장이 널려 있다. 그리고 젊은 청년이 책상에 앉아 핸드백을 스케치 하고 있다. 가죽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송진곤(31) 공방장이다.

"그저 취미로 만지게 된 가죽이었어요. 이 녀석때문에 사직서까지 들이밀 줄 처음엔 몰랐어요."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LG전자연구소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4년간 일 했다. 여러 명의 몫을 혼자 다 해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상태라면 회사 내에서도 진급은 기본,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인정받을수록 송 공방장에겐 허무함과 무기력함만이 차올랐다. "결과물이 나와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성취감이나 일에 대한 흥미는 갈수록 줄었다"며 "다른 것으로라도 재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가죽공예 하는 친구의 권유로 가죽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가죽을 만지며 그는 활기와 함께 새로운 꿈까지 가지게 됐다. 전자 장비와 설계도를 손에서 놓고, 가죽에 '올인'해 집중하고 싶게된 것이다.

송 공방장은 "열흘간 휴가를 내고 혼자 미국 그랜드캐니언에 가 2000㎞를 돌아다니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며 "그럴수록 결론은 가죽공예를 해야겠다는 쪽으로 굳혀졌다"고 말했다.

이후 이탈리아 장인클럽에 속한 한국인 스승에게 6개월간 밤낮없이 공예 기술 등을 사사한 그는 이달 초 개인 작업실 겸 공방 '피오레에스(Fiore S)'를 열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처음의 송 공방장처럼 취미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는 "투박한 손으로 딸에게 줄 지갑을 만드는 60대 남성 수강생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전에 내가 그랬듯 많은 분들이 가죽의 매력에 빠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처음 만든 카드지갑을 늘 가지고 다닌다는 송 공방장. 세월과 손때가 묻을수록 더욱더 빛나는 가죽이라 애착도 커진다는 그다. "종류도 색도 질감도 셀 수 없이 다양한 가죽이기에 만지는 즐거움도 크고 질릴 틈 없이 늘 새로워요. 제 개인 브랜드를 론칭할 때 까지 실력을 갈고닦으며 더욱더 가죽을 사랑할 생각입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