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갈등해결 회동' 시도 … 채 시장 "임기끝나도 반대" 입장 밝혀
수원시 "우선 대화를"

국방부가 수원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수원시-화성시 간 갈등해결을 위해 이들 자치단체장과 비공개 회동을 시도했지만 화성시가 거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17일 수원시, 화성시에 따르면 이날 국방부 군공항 이전사업단장을 비롯한 관계자 5명은 수원시와 화성시를 연달아 방문해 단체장들과 비공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화성시는 군 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된 이후부터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기조를 세우고 있다. 실제 그간 수십 회 열린 지역·국방부 등 주재회의에 화성시가 참석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이날도 역시 염태영 수원시장은 대화자리에 나온 반면, 채인석 화성시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국방부가 최초로 시도한 '지도자 면담'은 반쪽짜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약 10시30분부터 11시50분까지 이어진 염 시장과의 회동에서는 화성시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지원방안
과 사업을 충분히 발굴하고,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대화가 우선 필요하다"며 "국방부가 화성시와 갈등이 극에 치닫자 중재역할을 한층 더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오후 2시쯤 국방부 관계자들은 다음 장소인 화성시를 방문했지만, 채 시장이 회동자체를 거부하면서 결국 만남은 무산됐다.

화성시 관계자는 "기존에 밝혔다시피 화성시는 군공항 이전 문제에 더 이상 논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국방부 관계자들이 찾아왔지만, 시장님이 대화하지 않겠다며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채 시장은 국방부 관계자들이 돌아간 뒤 군공항 이전건립을 반대하기 위해 시청사를 찾아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시장 임기동안, 그리고 시장의 임기가 끝나서도 시민으로서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가 돌연 이들 단체장과의 만남을 시도한 것은 군공항 이전 추진에 앞서 '지역소통'이 필요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의견이 즉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열린 제3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총리는 "해당 지자체는 물론이고 주민, 여론을 주도할 만한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과 공식·비공식 소통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는 이 문제가 한 걸음도 나아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의 요구에 따라 지난 13일쯤 국방부는 수원시와 화성시에 단체장 만남을 조율해달라고 공식요청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방부가 수원시와 화성시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접한 군공항 이전 관련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 정한철 대외협력국장은 "화성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화성시를 방문한 것은 염치없는 행동"이라며 "비밀리에 만남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야 옳다"고 지적했다.

반면 군공항 이전 화성추진위원회 이재훈 사무처장은 "어느 지역의 이익여부를 떠나서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국방부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