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광역버스도 배차시간 쫓겨...열악한 근무환경 사고위험 높아
"인천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고였어요. 한 번 운행하고 겨우 10분 쉴 때가 허다하기 때문에…."

올해로 5년째 인천 광역버스를 몰고 있는 운전기사 A(54)씨는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가 다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토로했다. 인천 기사들도 서울 등 장거리를 오가며 하루 19~20시간을 근무하지만 대부분 배차 시간에 쫓겨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A씨는 취침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6시간을 쉬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는 경부고속도로 사고를 낸 오산교통 기사가 5시간을 쉬고 출근한 것과 비교했을 때 겨우 1시간 차이다. A씨는 "운행종료 후 휴식시간은 보통 6시간~8시간 사이"라며 "근무환경이 열악해 광역버스를 운전하려는 기사들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경부고속도로 사고로 광역버스 기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대두되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버스회사는 경영난을 이유로 기사들에게 혹독한 근무를 요구하고 이 같은 운영 방식은 결국 과로로 이어져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서 서울과 경기도 등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총 326대다. 수익이 나지 않아 휴업 중인 버스는 17대다. 광역버스는 운행 수익만으로 운영되다보니 적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운수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경기도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계획을 밝혔다. 적자분을 보전받지 못하는 광역버스 기사들이 인력 부족과 낮은 임금으로 인해 초과근무 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실제 광역버스 기사들은 준공영제 버스 기사들과 같은 시간을 근무하고도 월 평균 100~150만원이 적은 월급을 받는다. 인천희망버스노동조합을 통해 입수한 월급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준공영제 기사들은 월 12일(하루 18시간 근무)을 근무하고 350여만원을 받는 반면 광역버스 기사들은 18일을 근무했지만 280여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두식 인천희망버스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광역버스 기사들은 준공영제 버스의 근무 환경과 조건을 꿈처럼 여긴다"며 "제도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과로버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재정 부담이 커서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은 어렵다"며 "경기도의 추진 상황을 살펴본 후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