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행보가 위태위태하다.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밀어붙이기에만 몰두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4일 경주의 한 호텔에서 기습적으로 비공개 이사회를 열었다. 경주 본사에서 열려던 이사회가 한수원 노조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몰래 장소를 옮겨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중단 계획'을 의결한 것이다. 긴급 이사회 개최를 사전 예고하지도 않았다. '날치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수원은 또 2026년과 2027년 완공 예정으로 절차를 밟고 있는 영덕의 천지 1·2호기의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최근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과 2023년 완공 예정인 울진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설계용역도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우리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 우리 경제와 국민들의 생활을 얼마나 어렵게 했는지를 몸으로 체험했다. 원전이 없으면 액화천연가스(LNG)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대체 에너지들은 아직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세계 각국의 원전 확대 추세와도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가동 원전은 449기이며 건설·계획 중인 원전은 227기에 달한다. 30기를 보유한 중국이 20기를 더 짓고 있고 체르노빌 악몽을 겪은 러시아도 신규로 11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국은 4기를 건설 중이며 인도도 25기의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석유 부자인 중동 국가들까지 원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집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도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당했던 일본도 사고 이후 멈춰 세웠던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값싸고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원전 없이는 경제를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보도처럼 원전 건설 중단이 새 정권에 입성한 일부 환경론자들의 발상에서 비롯됐다면 더욱 위험하다. 한 개인의 이념적 지향이 전체 국민들과 미래 세대들의 삶을 흔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양극화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서 지금 시장경제를 걷어 찰 수는 없다.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당장 굴뚝산업을 문 닫자는 것과 같다. 국민적 동의를 획득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그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