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전남 화순군 남면에 있는 사평초등학교 관련 기사가 눈에 띄어 오랫동안 살펴본 적이 있었다. 이 학교는 입학과 동시에 장학금 지급, 5·6학년생 해외 수학여행 비용 전액 지원, 전교생 대상의 방과 후 특기 적성교육 및 학생 개인별 맞춤 교육 실시를 약속하고 교문 앞 대형현수막으로 홍보하면서 신입생 유치에 적극 나섰다. 1926년에 개교한 이 학교는 7천5백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1960년대에는 재학생이 2천여 명에 달했지만, 2000년대 들어 학생 수가 급감하여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게 되었다.

인천 역시 해마다 중학교 졸업생 중 상당수가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이주한다. 자녀 교육을 위해 비싼 부동산 가격을 지급하고 서울로 이주한 부모들은 인천으로 출퇴근한다. 인천에서 번 돈만 서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인천이 낳고 기른 아이들도 서울로 간다. 그 결과 서울의 아파트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계층 간 불평등 문제로 살필 수도 있지만, 지역 불평등 차원에서 바라보면 지역의 게토(ghetto)화와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촉진하는 것이다.

근대화 이후의 서울은 주변의 인재와 자원을 빨아들이며 끊임없이 팽창하는 블랙홀이다. 서울에 인재와 자원을 빼앗긴 지역은 사헬 벨트처럼 말라 죽어간다. 서울과 먼 다른 시·도에서는 고교 졸업 이후에야 비로소 'in 서울' 현상이 빚어지지만, 인천 같은 수도권지역은 중학교 때부터 발생한다. 정주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인간의 기억은 공간을 매개로 형성되어 왔다. 서울살이가 부모세대에겐 애달프고 고달픈 일일지라도 그들의 마음속 고향은 서울이 아니지만, 서울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이들에게 부모의 고향은 내 마음속 고향일 수 없다. 계층 간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고교평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할지라도, 지역 특성에 맞는 배려와 균형발전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없는 교육 평준화 정책은 자칫 서울 중심주의와 강남의 교육 기득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역에서 학교는 교육의 장(場)일 뿐만 아니라 구심점이자 정체성 형성의 핵심이다. 어떤 이는 이것을 지역 이기주의로 오해할지도 모르겠으나 풀뿌리 민주주의란 지역 정체성과 애정을 기반으로만 생육(生育) 될 수 있다.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