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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술가 아지트 '회전예술' 만든 오석근 작가

"70년 된 철물점? '놀이터'로 딱이죠!"

2017년 07월 17일 00:05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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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중구 신생동 한 골목의 낡디 낡은 '제일철물' 건물이 시끌벅적하다.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통로의 계단을 올라가면 분홍빛 네온사인이 '시선을 강탈'한다.

나무문을 열면 농촌에서 새참을 나르던 은쟁반과 우유박스가 탁자로 변신해 중앙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다. 종이로 만든 야자수 두 그루엔 돼지저금통과 탱탱볼이 매달려 있다.

어릴 적 학교 앞 문방구에서 100원 넣고 돌리던 뽑기 기계도 있다. 울긋불긋 미러볼이 몽환적 분위기를 더해 도통 뭐 하는 곳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엉뚱하고도 재기발랄한 일곱 색깔의 인천 지역 청년예술가들의 아지트 '회전예술'(중구 신생동 7-12 4층)의 모습이다.

오석근, 김수환, 김재민이, 박혜민, 백인태, 웁쓰양, 진나래 등 미술부터 영화, 음악, 설치미술 등 다원예술을 추구하는 7명이 지난 5일 문화 공간을 꾸렸다. 그들의 놀이터 '회전예술'에서 맏형 오석근(39) 작가를 만났다.

도원동에서 태어나 용현초, 송도중, 대건고를 나온 '인천 토박이' 오 작가는 신포동 심지 음악 감상실에서 살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다. 자연스레 영화와 사진에 눈을 뜬 그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경제학 전공수업이 너무나도 지루했다. "남들 비즈니스 모델 공부할 때 전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등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죠."

영화 동아리로 갈증을 풀던 오 작가는 결국 서울예대 영화과에 재학 중이던 선배와 마음이 맞아 카메라를 만지며 숨통이 트였다. 사진병으로 입대해 우연한 기회로 동티모르에서의 파병생활과 영국 유학생활을 보내며 사진에 사람과 이야기를 담는 법을 배워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교과서-철수와 영희(2006)' 전시와 2007년 동강사진축제를 시작으로 90여 차례의 국내·외 전시를 통해 '사진작가 오석근'을 알렸다.

2009년 스페이스빔에서의 전시 이후 2년 뒤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만난 지금의 인연들과 '월미도 미군 폭격사건', '강화도 민간인 학살사건' 전시를 통해 인천의 아픈 역사를 조명한 이후, '수봉다방', '사운드바운드', '코스모스 다방', 문화재단의 청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바로그지원' 등을 함께 하며 인천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게 됐다.

그리고 '진정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하고픈 말을 하며 작업하는 공간을 마련해보자'는 뜻을 모았다.

오 작가는 "우리 모두 아트플랫폼에서의 2년간 착취 당한다는 느낌이 컸고 문화재단과의 잦은 갈등으로 자유로운 공간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털어놨다.

결국 70여년 세월을 견뎌온 이 건물에 아지트를 만들고 재밌게 '놀기로' 했다. 화도진공원에서 시작된 '회전무술'이 여러 무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다는 성격과 '응용력', '회전력'의 의미를 담아 '회전예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무런 지원 없이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꾸린 공간이기에 애착도 크다.

오 작가는 "건물 사장님이 우리들을 예쁘게 봐 주셔서 '연(年)세 150만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공간을 내 주셨다"며 "내가 사는 동네에서 열심히 예술을 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각오를 다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회전예술'은 전시, 퍼포먼스, 워크숍, 교육부터 파티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길 바라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꾸준히 하겠다는 틀을 만들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각자 키워온 회전력과 응용력을 통해 공간을 채우고 가치를 쌓아갈 것이기 때문이죠."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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