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도레, 운영위기 무료급식소 후원
수익금 5% 이상 이웃 지원 약속 지켜
▲ 12일 오전 인천시 남구 용현동 오병이어 무료급식소에서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가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무리를 명하여 잔디 위에 앉히시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신약 마태복음 14장 19절)'

예수가 어린 여자아이가 전해 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 기적은 나눔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는 상징이 됐다. 인천지역에서 대를 이어 오병이어 기적을 실천하는 이들을 만나봤다.


여러 사정으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인천지역의 대표적 무료 급식소 '오병이어'가 '도레도레' 옷을 입고 새롭게 출발했다.

지역사회에서는 대를 이은 나눔의 실천이라고 평가하지만 정작 오병이어를 만든 아버지나 오병이어를 이어 받은 딸이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는 반응이다.

12일 오전, 남구 용현동의 오병이어 무료급식소에는 식사를 하려는 어르신 50여명이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와 본사 직원 10여명, 자원봉사자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식판에 음식을 나누어 담으며 식사준비에 분주하다.

김경하 대표는 "틈나는 대로 직원들과 배식봉사를 하긴 했지만 오늘은 특별한 느낌이 든다"며 "그동안 묵묵히 이 일을 하셨을 아빠생각을 하니 뭉클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홀몸노인과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오병이어는 지난 2006년 문을 열었다. 성공회교 조흥식 신부와 이토건설㈜ 김시춘 대표가 2004년 지역나눔센터를 설립한 뒤 홀몸노인과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활동을 본격화 하면서 남구 용현동 용현시장 후문입구에 마련됐다.

용현시장 오병이어는 이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직접 기부나 봉사의 기회를 찾던 기업이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의 손길이 계속 됐다.

한때 오병이어는 서구 검단과 남동구 간석동에 오병이어 2호, 오병이어 3호점까지 확장됐다.

2004년은 김경하 대표가 도레도레를 처음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무지개 케이크, 고마워 케이크로 유명한 도레도레는 그해 김 대표가 대학교 3학년 1학기 개강을 앞둔 2월에 시작됐다. 중고 쇼케이스를 외상으로 구매해 수제 초콜릿을 포장·판매하기 시작한 도레도레는 현재 10여개 자체 브랜드에 전국적으로 매장 40여개를 거느린 대표적인 케이크·커피·브런치 메이커가 됐다.

인천 강화에 본점을 두고 구월동에 법인사무실을 운영하는 '인천기업' 도레도레법인에는 현재 케이크 전문점 도레도레 외에도 고마워 케이크, 마호가니, 레베카 베이커리, 디쉬룸 등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레도레는 여전히 성장중이다.

오병이어는 3호점까지 운영되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지만 김시춘 대표의 사업이 삐걱대면서 시련을 맞기도 했다. 지역 사정으로 일찌감치 검단의 봉사단체에 임무가 넘어간 오병이어 2호점은 별개로 하더라도 오병이어 1호점과 3호점은 운영난을 겪어야 했다. 그의 사정을 아는 지인들과 기업,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오병이어 1호점은 그런대로 운영이 됐지만 3호점은 문을 닫아야 했다.

김시춘 대표는 "모기업이 기업회생에 들어가면서 나눔활동을 정리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에 식사를 못하시게 될 어르신 생각에 여러 날 잠을 자지 못할 만큼 고민이 많았다"며 "오병이어 1호점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주변 분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인천의 대표기업 셀트리온이 지난 5년 오병이어 보증금을 지원해 주면서 그런대로 운영되던 오병이어 1호점은 셀트리온이 보증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그 때 김경하 대표가 손을 내밀었다. 자신이 모아둔 돈을 보증금으로 써달라며 내밀었던 것. 그렇게 김 대표는 오병이어와 '다시' 손을 잡게 됐다.

김 대표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오병이어 지역나눔센터에서 공부 나눔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했어요, 함께 한 친구들도 다들 보람 있어 했고 아이들도 좋아했고요. 공부방이 문을 닫으면서 시간나는 대로 오병이어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컸죠"라며 "사실 도레도레가 예상 보다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오병이어에서의 봉사활동이 큰 도움이 됐던 만큼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도레도레 창업 이후 수익금 5% 이상은 반드시 이웃을 위해 사용하겠다던 김경하 대표는 회사의 성장에도 이 약속 이상을 지키고 있다.

도레도레는 MBC 다문화가정 캠프 지원은 물론이고 교회 장애인 생일잔치 등 후원요청이 있는 곳이라면 여력이 닿는 한 지원을 하고 있다. 본사 직원과 점장급 직원들도 개별적으로 정기적 후원과 봉사활동을 벌이며 나눔활동에 활발하다.

김경하 대표가 오병이어 후원에 나선 것도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한 나눔활동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우리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해왔던 일이다 보니 결정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아버지가 계속 하고 싶었던 일을 제가 대신할 수 있게 돼 보람있다고 할까. 어려서부터 뵈었던 어르신들이 여전히 건강하게 웃으면서 맞아주시니까 더 좋고요"라고 말했다.

김시춘 대표는 "도레도레 처음 시작했을 때 많이 말리기도 했다. 남들 부러워 하는 좋은 진로 놔두고 어려운 길 개척하겠다는데 안 말릴 부모 어디 있겠나? 10여년 옆에서 지켜보니까 이래서 경하가 이 일을 하겠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