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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칼럼] 한반도 문제 4강외교로 풀수있을까

홍익경제연구소장

2017년 07월 17일 00:05 월요일

두 어린 아이가 싸우고 있다. 한 아이는 끊임없이 주먹을 얼러대고 이따금씩 상대방을 쿡쿡 쥐어박기도 한다. 그런데 그 상대방이 된 아이는 줄곧 "야 그러지마. 우리 한 반이잖아. 그냥 우리 사이좋게 지내보자. 내가 과자도 많이 주고 같이 놀아줄게"라고 상대를 달래기에 바쁘다. 딱히 상대에 대항해서 주먹질로 맞붙어볼 대책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다 주먹질하던 아이가 꽤 아프겠다 싶게 다시 한 번 상대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이 때 그 상대 아이가 하는 말이 기가 막히다. "야 너. 다시 한 번만 더 때려봐…." 더 때려도 어쩔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그 둘레를 제법 힘깨나 쓰게 생긴 네 아이들이 두 아이를 사이에 두고 둘씩 편을 짜서 에워싸고 있다. 맞은 아이 편인가 싶은 아이가 "쟤 우리가 손 좀 봐줄까"라고 시늉을 하는 것 같은데 막상 맞은 아이가 하는 말이 뜻밖이다. "아니야 괜찮아. 내가 어떡하든지 달래볼게." 그러더니 상대방 아이 편인 것 같은 사나운 모습의 아이에게 가서 "네가 쟤 좀 어떻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니"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바보 아냐? 난 너보단 쟤가 더 친해"라는 것이다. 머쓱해진 아이에게 주먹질을 했던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너 네 뒤에 아이들하고 놀지마." 그 둘을 둘러싼 네 아이들의 음흉한 표정들이 오고 간다.

내가 국가대사에 알아봤자 뭘 얼마나 알겠느냐는 원천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어린아이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외교와 국방이라는 문제를 난해한 수수께끼처럼 풀어가는 것인지 답답한 심경에 꾸며보는 얘기다. 실상이 이 이상의 무엇이라면 그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 물어도 볼 겸. 내 생각에 그 얻어맞은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맞고 난 다음일망정 당장 태권도장이라도 등록을 해서 맞설 힘을 키우든지, 아니면 제 편이라는 힘센 아이들과 더 단단히 한 통속이 되든지, 제 편에 서줄 다른 아이들을 더 많이 불러 모아서 세를 불리는 것이나, 이 모든 수를 복합하는 것 그밖에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더욱이 상대가 맘 바꿀 이유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면.

동북아시아의 한가운데인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의 지배세력과 중국, 몽골, 일본, 근대 열강의 세력 다툼은 잠시도 쉴 새 없이 이어진 뿌리 깊은 민족 간 생존경쟁의 역사이고 문화와 문명의 충돌이다. 당연히 이 지역에서는 높은 문화의 수준만큼 전쟁의 기술과 외교가 발달했어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는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의 화려했던 국방과 외교의 성공과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줄기차게 누적시켜왔다.

그러나 오늘 그 후예로서 우리가 보여주는 국방과 외교의 민낯은 실로 조상께 송구스럽다. 거기에는 여우중문시(與于仲文詩)의 을지문덕도, 소손녕을 굴복시킨 서희도 보이지 않는다. 십만양병설의 율곡과 이순신의 전략 전술이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치열한 반성이라도 할 줄 알았던 서애 유성룡도, 원칙주의에 충실한 삼학사의 기개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초개처럼 던지던 의병들과 무능했을망정 국가의 존립에 혼자만 애간장이 타던 고종의 번뇌조차도 읽히지를 않는다.

G20에서 억지웃음을 날리고 다니는 것 아닌가 싶은 대통령의 거동이 안쓰럽고 그 드러나는 결과가 보기에 민망하다. 왜 답이 진작 나와 있는 것이 분명한 4강 수괴들과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했을까. G20 미팅이라는 것이 의제를 주로 세계경제문제에 한정한다는 것을 몰라서 한반도 문제를 최종성명에 밀어 넣으려 했다면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모든 일의 성공은 사전의 충실한 준비에서 비롯하는 것이고 그 준비의 핵심은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것쯤 누구라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외교와 국방은, 자신과 상대를 알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한 것일까. 자신들을 지킬 포대의 개념에서조차 최고 통수권자와 실무 지휘관의 식견이 다르고 판단의 촉수가 되어야할 정보의 수뇌기관을 스스로 적폐라고 부른다. 이러고서야 그 속에서 우리가 4강의 머릿속과 북측의 존재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 대통령의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는가 싶기는 하지만, 잘라 말해서 우리에게는 북쪽이나 4강의 생각과 입장을 바꿀 힘도 전술도 없다, 이때 남·북 둘이 만나서 무슨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우리 자신의 전력을 키우고 북측이나 4강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의 친구를 최대한 끌어 모으는 것뿐, 오직 그것뿐이 아니겠는가. 인도와 호주, 아세안으로 달려가고 몽골, 중앙아시아, 멀리 아프리카와 중남미까지를 절친으로 만들어야하지 않겠는가. 가서 어떻게 해서든 방위협정을 맺고 자유무역을 함께 외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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