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감각을 속이다
예술가들은 눈에 보이는 것 이면에 있는 진실을 추구하면서 원근법, 일루젼과 같은 트릭의 기법을 사용해왔다. 트릭은 진실된 세계의 반대적인 의미인 동시에 그 세계가 존재해야지만 정의될 수 있는 그림자와 같다. 이는 진실이란 트릭의 부재이며 속임수에는 진실이 없다는 양가적 특성 때문에 서로의 부재를 통해 그 의미를 입증한다.
전시에 참여한 노동식, 윤민섭, 정소연, 최종희, 황선태 5명의 작가는 환영과 현실, 일상과 상상,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며 감각의 교란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과 욕망을 파고든다. 전시장에서 동화 속 풍경을 닮은 동심과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수백 마리의 모기와 2m의 거대한 모기향 조각으로 노동식의 설치 작품은 지난 여름의 기억과 상상력을 끌어낸다.
빛을 조작하거나 이색적인 재료를 이용한 작가들의 재현 방식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속인다.
작가 황선태는 나른하고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유리, 형태의 생략, 조작되고 설정된 빛을 통해 마치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낯선 시간을 담은 생경한 풍경으로 변모시킨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작업의 모티프로 하는 윤민섭의 작품은 동네사람들, 내 방 풍경 등 익숙한 것을 플라스틱 막대를 재료로 갤러리 공간에 선적인 드로잉을 한다.
또한 투영의 특성을 지닌 거울을 이용하여 작가 최종희는 실재하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 그리고 바라보는 이의 인식 안의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전시장에서 어린시절 놀이터에서의 기억을 회상하게 한다.
한편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정소연의 회화 작품은 가상과 실재,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든다.
회화 속에 그려진 창문 안으로 거대한 미로와 우연으로 가장한 또 다른 세계의 초현실적 풍경이 공존한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
저작권자 © 인천일보-수도권 지역신문 열독률 1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