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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은실의 해시태그] 과로의 범주      

2017년 07월 13일 00:05 목요일
과로(過勞)는 일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는 뜻이다. 이는 반드시 초과근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피로를 강하게 느껴 본래 해야 할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 회복이 더뎌 정상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모든 상태를 포함한다. 그럼에도 '시간 외 노동'만을 '과로'의 범주로 여기는 것은 어쩌면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상상력이 지나치게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로사(過勞死)까지 가지 않고 '과로'만으로도 충분히 산업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도 드러나듯 과로사는 일을 과하게 함으로써 사망에 이른 것이며 사망의 원인이 '과도한 업무' 때문임을 명시하고 있다. 즉 과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산업장 안에서의 재해인 업무에 의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주원인인 셈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과로의 의미를 '정규 시간 외 초과 업무'로 국한할 수 없다. '일'을 돈을 번다는 의미 외에 해당 업무를 함으로써 개인의 성취감과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행위라고 한다면 이를 방해하는 기타 많은 요소가 '과한 업무'의 내용에 포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이언주가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를 "동네 아줌마"라고 일컬으며 그들을 정규직화 시킬 필요가 없다는 발언이나 그에 맞게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 모두는 과로의 원인임과 동시에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일터에서 자신의 일을 버거운 것이자 과하게 느끼게 하는 과로의 상태 그 자체이다.

이뿐인가? 경비실에 에어컨을 봉쇄하는 행위, 회사에서 업무 시간에 상사의 사사로운 지시에 불려 다니느라고 정작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효율과 업무 내용의 문제, 업무 외 시간에 업무 지시를 받는 일이 모두 그러하다.

'노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는 모든 조건, 일터의 복지, 노동자에 대한 인식, 업무의 시간과 내용에 이르기까지 '과로'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과로'의 범주를 좀 더 제대로 인식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일 #과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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