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호롱·스테이크·케밥…주말 밤엔 시장에서 '먹방'
▲ 지난 7일 오후 많은 시민들이 송현야시장을 찾아 먹거리를 즐기고 있다.
▲ 염광배 시장상인회장
57년 전통 … 정부 선정 '수도권 첫 야시장'
금·토만 운영 … 60여개 메뉴로 손님맞이


"어서 와~ 이런 음식은 처음이지?" 인천 동구에 있는 송현시장은 주말 밤이 되면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어르신들의 넉넉한 인심이 자랑인 전통시장에서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먹방'시장으로 변신한다. 방학을 맞아 색다른 경험이 필요하다면 또 더위에 지쳐 식욕을 잃었다면 망설일 필요없이 송현야(夜)시장으로 가자. 지난 7일 운행을 시작한 경인선 동인천~용산 구간 '특급 급행열차'까지 생겼으니 더 빠르고 더 편하게 '먹부림'을 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일본, 대만, 터키, 영국 음식까지. 전철타고 세계 각국의 맛있는 음식만을 쏙쏙 골라 놓은 '달빛거리 송현야(夜)시장'으로 맛 여행을 떠나보자.


▲전국 9번째 수도권 1호, 송현야시장
57살이 된 전통시장 동구 송현시장은 지난 2008년 인천 최초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6월엔 행정자치부 야시장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전국 9번째이자 수도권에선 최초로 '야시장' 타이틀을 얻었다. 국비 4억, 시비 3억원, 구비 3억원 등 총 10억원을 들여 운영 준비를 마친 송현야시장은 지난 달 2~3일 1만여명 방문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성공적으로 시범운영을 마쳤다. 같은 달 9일 야시장은 30개 매대 총 60여 가지 음식으로 정식 개장했다. 낙지호롱·채소삼겹말이·대게파스타·닭날개볶음밥·치즈스테이크·케밥스테이크 등 다양한 메뉴로 손님을 맞았다.

송현야시장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운영된다. 동인천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2분이면 도착해 인천은 물론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많이 찾고 있다. 교통이 편리한 데다가 굳이 현금 없이도 신용카드와 온누리상품권으로 음식을 살 수 있어 편리함을 더 했다.

유기성 동구청 지역경제팀 실무관은 "방문객을 추산해보면 하루 평균 6000여명, 한 달에 5만명 정도가 방문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며 "앞으로도 시장상인회와 협력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 달 된 송현야시장의 모습은
"간단히 요깃거리 하기에 딱이라니까~ 얼른 와!" 동인천역 북광장 앞 중년 남성 3명이 서둘러 송현야시장으로 향했다. 거센 빗줄기가 내린 지난 7일 오후에도 야시장은 환한 불을 밝히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갓난아기를 업고 온 부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마실나온 노부부, 뻔한 음식점은 지겨워 데이트 온 연인, 퇴근 뒤 소소한 '불금'을 보내기 위해 온 직장인들까지 줄을 서기에 바빴다.

노릇노릇 고소하게 고기 익는 냄새가 많은 이들의 지갑을 열게했다. 맥주 한 잔 생각나는 닭꼬치, 아무리 봐도 생소한 대만식 땅콩아이스크림, 터키 청년이 만드는 케밥, 일본에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인 물방울 떡, 치즈와 면발을 품은 대게파스타 등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수십 가지 메뉴들이 일렬로 서 손님들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토치로 불 쇼를 선보이며 대게파스타를 만들던 김용우(경상도 부산·52)씨는 "생소한 메뉴라서 더욱더 많이 사 드시는 것 같다"면서 "앞으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또 다른 부산의 맛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 춈(좀) 먹코(고) 가!" 2년 전 한국에 와 케밥을 팔고 있는 데런(Derran·21·터키)은 유창하면서도 어리숙한 한국말로 손님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아들, 딸 손을 잡고 온 김주희(인천 계양구·39)씨는 닭꼬치와 물방울 떡을 먹으며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김씨는 "재래시장에 특이한 먹거리가 있어서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협소한 공간 등을 조정해 더 많은 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최고 인기 메뉴는 '블랙페퍼 스테이크'. 1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오매불망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툼한 소고기와 함께 익힌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특제소스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김다애(28·인천 동구)씨는 "오래 기다려서 먹은 만큼 스테이크 맛도 좋고 메뉴가 다양해서 좋다"며 "야시장을 시작한다고 했을 땐 기대가 적었는데 막상 생기니 시장에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고 생기가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편에 마련된 파라솔 벤치와 테이블도 음식을 먹는 이들로 북적였다. 음식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야시장을 바라보는 온도차는 분명했다. 지역 특성상 어르신들이 주를 이루는 기존 상인들에게 야시장은 생소하면서도 아직은 '남' 같은 존재였다.

6년 째 장사 중인 홍씨(65)는 주말 저녁이 가장 북적거릴 시간이지만 야시장 음식과 매대가 입구를 막는 바람에 손님이 뚝 끊겼다. "지난 달엔 매출의 30%는 줄어 주말만 되면 한숨이 나올 정도로 힘들다"며 "타지 사람들이 돈만 벌어서 빠져나가는 셈이니 오히려 전통시장 죽이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또 다른 상인 역시 "야시장만 북적거릴 뿐 사실상 시장 자체엔 큰 영향은 없고 손님만 줄었다"고 말했다.

염광배 송현시장상인회장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 마찰이 있을 수 있지만 상인들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염광배 시장상인회장]
"젊은이들 많이 와 생기...추억 쌓고 가길 바란다"

2대째 떡집을 운영 중인 염광배(47) 상인회장은 요즘 송현시장이 다시 북적거려 설렌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야시장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분들도 많이 오시지만 안산이나 수원, 서울 등에서 더 많이 오시는 편"이라며 "시장에 젊은이들이 많이 와 생기가 돋는다"고 말했다.

이웃 신포시장에 비해 규모도, 찾는 이도 적어 늘 고민이던 염 회장. 동구 토박이인 그는 볼거리는 커녕 먹거리도 없어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는 것을 보고 야시장에 공모했다. 전통시장만의 덤 문화와 먹거리의 조화를 통해 발길을 잡겠다는 취지였다.

그는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지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만큼 만족스럽다"며 "실제로 주변 순대골목 등 상권이 살아나고 있어 지역에서도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야시장 운영에 점점 더 욕심이 생기는 그다. '달빛거리 송현야시장'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그의 현재 목표다. 이달 말부턴 학생 동아리와 연계해 버스킹 등 공연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 말엔 LED 영상아케이드 구조물인 '스카이로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글자를 띄우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설치물로, 또 하나의 유인책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또 송현공원 물놀이터 '또랑'과 겨울에 인기인 동인천역 북광장 스케이트장, 수도국산박물관, 미림극장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 등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야시장을 밑거름 삼아 송현시장 그리고 전체적으론 동구 지역을 활성화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이제 걸음마를 뗀 송현야시장에 들러 맛있는 추억을 많이 쌓고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