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미 집에 도착했다. 서울 직장 옛 동료들과 광화문 근처에서 모임을 갖고 헤어진 지 한 시간이 넘었다. 잠실, 분당, 용인은 물론 하남과 김포에 사는 친구도 카톡방에 '귀가했음'을 올린다. 필자는 아직 옴짝달싹 전철 안이다. 인천으로 향하는 경인선은 오늘도 꼴찌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는 빚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1899년 경인선이 처음 개통했을 때 독립신문은 '산천초목이 모두 움직이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는' 쾌속 교통수단으로 보도했다. 느림보가 돼버린 가장 큰 이유는 정거장 숫자다. 개통 당시 인천역에서 서울역까지의 역은 11개였다. 지금은 29개, 곱절 넘게 늘었다. 오히려 증기기관차 시절의 운행시간은 훨씬 짧았다. 신태범 박사의 저서 '인천 한 세기'를 보자. '현 동인천역에서 서울역까지 소요시간은 55분이었다. 객차는 의자도 넓고 등받이가 높아서 차분한 독서실이나 담화실 같은 여유가 있었다.'라고 묘사했다. 그동안 경인선 객차는 양보만 했다. 서울로 향한 철길에는 화물열차는 물론 군용열차가 쉴 새 없이 달렸고 심지어 한동안은 하루 1회씩 UN군 전용 기차도 운행되었다. 그 열차들이 지나갈 때까지 객차는 비껴서있어야 했다. 복선, 복복선이 깔렸지만 1시간 주파는 언강생심이었다.

인천시민에게 앙앙불락(怏怏不樂)이었던 경인선이 오늘부터 '특급'으로 달린다. 특급급행열차는 동인천에서 용산까지 웬만한 정거장은 건너 뛰어 40분 만에 도달한다. 기존 일반열차보다 20분, 급행열차보다도 7분이 단축된다. 인천시는 지난해 '교통주권' 시대를 선언했다. 인천 출발 KTX, 인천-서울 간 광역급행철도(GTX), 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등 서울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인천발 축지법(縮地法)'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제대로 실현되면 그야말로 희희낙락(喜喜樂樂)이다.

이번 특급급행열차는 '7분' 빨라진 것이지만 그 느낌만큼은 '70분' 못지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속도감보다 더 높아진 게 자존감이 아닐까. 이제부터 서울 모임은 용산 쪽에서 해야겠다. 친구들과 헤어지면 필자가 가장 먼저 카톡에 문자를 날릴 것이다. '집 도착. 샤워도 끝냄ㅋㅋ'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