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71%가 女 '이중 30% 도내 거주' … 일자리·건강 어려움
경기도내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과 이들에 대한 지역적응센터 운영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탈여성 지원 대책도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일보 6월26·27일자 1면>

28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3월말 기준 전국 북한이탈주민 3만490명 중 북한이탈여성이 2만1648명(71%)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전체 북한이탈여성이 6250명(30.4%)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1948~1998년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의 비율이 12.2%에 불과했지만 2002년부터 한 해 입국자 수가 1000명을 넘을 만큼 급증해 여성 입국자 수가 남성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도내 북한이탈여성이 겪는 어려움도 다양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경기도 거주 북한이탈여성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통계 분석, 경기도 북한이탈여성 16명의 심층면접 결과 이 같은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북한이탈여성들이 한국에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경제적 어려움(65.8%)를 꼽았고, 이어 일자리구하기(27.5%)와 정신적신체적 허약함(27.5%)이 뒤를 이었다.

연구원은 북한이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1995~1999년 시기에 결혼하지 않은 북한 이탈여성의 수가 66.3%로 가장 높아 탈북이 생존과 가족부양을 위한 중요한 선택 중 하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북한이탈여성이 처한 환경에 비쳐 봤을 때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일자리 등 경제적 문제 해결이었고, 이는 또 건강과도 직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여성은 북한과 다른 한국의 장시간 노동을 이겨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북한이탈여성은 "오전에 청소하고 오후에 요양보호사나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데 몸이 아프니까 못하고 있다. 두 일을 하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북한이탈여성은 "이렇게까지 열 두 시간, 열 시간 일하고 들어오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그런 일이 배어야하는데 지금 와서 하자니 힘들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게다가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대부분의 북한이탈여성들이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불안정한 불법체류 탓에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안 좋은데다가 한국의 극심한 노동이 겹쳐져 어려움은 배가 된 실정이다.

또 일부 북한이탈여성은 북한에 있는 남편과 자녀의 생계를 위해 브로커를 거쳐 송금하고 있는 만큼 일을 멈추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많은 북한이탈여성들이 건강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서 신체적 질병치료 건강증진 프로그램이 가장 절실한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안태윤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북한이탈여성들이 공장이나 주방, 청소 등 단순노동을 하고 있어 월급도 적고, 긴 노동시간 때문에 건강도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세세한 부분의 어려움을 챙기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을 벗어나 경기도 등 지자체 차원의 정책 개발을 통해 더욱 세밀한 지원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