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관련한 주거 문제에서 말이 많은 것이 '경비원'에 대한 대우가 아닐까. 경비원에 대한 대우 혹은 처우와 관련하여 지난 날 여러 사건이 있었다. 경비원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주는 아파트 주민, 경비원을 때리는 등 폭력을 휘두르며 '갑질'을 해대던 주민, 관리비가 많이 나간다는 명목으로 경비원 다수를 해고시킨 사례도 있었다.

이번에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전단의 내용이 문제가 됐다. 서울시 중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돌고 있는 전단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명시하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의 주민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에어컨 설치를 막자는 결의(?)를 내보이고 있다.

어째서 이런 식의 반대 글이 나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 '경비원'의 노동에 유독 박한 평가를 내리는가. '경비'라는 일이 아파트 '관리'와 연관이 있다 보니 적지 않은 경우에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듯하다. 경비원의 급여는 아파트 관리비에서 정산되며 자신이 아파트 관리비에 적잖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는 두 사실이 인과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돈으로 부리는 관리인'을 하대해도 된다는 비약적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에서 누군가에 대한 노동의 가치를 급여의 형태로 부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돈'을 지불한다는 행위에 타인의 인격을 모독할 권리가 포함되는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게다가 '돈'을 지불함으로써 편의를 얻는 일을 제로섬 게임처럼 여기는 일도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아파트 관리인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면 누군가가 누려야 할 혜택이 줄어드는가? 설령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에게 일정한 열악함을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경비원과 관련한 문제는 '돈을 지불한다'는 개념이 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돈'을 지불한다는 것 자체로 누구도 쾌적한 노동 환경을 제공받아야 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 #관리비 #경비실 #에어컨설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