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알바 '임시'로 인식 … 노동 환경 열악
선호 1위 '전단지 배포' 장기 근무여부 '꼴찌'
덥고 비도 많이 오는 여름철 날씨에 청소년들의 노동 환경이 더욱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활동에 뛰어든 이들에게 허락된 직종은 주로 몸 쓰는 일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청소년 인력을 임시적 노동으로 간주해 처우 개선 의지가 낮은 게 보통이다.


▲청소년 알바 선호 1위 '전단지 배포', 환경은 열악

소낙비가 오락가락하던 이달 26일 오후 인천 계양구 한 사거리. 전단지 뭉치를 손에 든 여고생이 상가 천막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퇴근길 인파가 보행자 녹색 신호에 맞춰 이동하기 시작하자 여고생은 우산 행렬 속으로 뛰어들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전단지 한 장씩을 건네기 시작했다.

대개는 그 손을 못 본 척 지나갔다. 전단지를 받아 들고는 보는 앞에서 바닥에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 여학생은 "지금 시간이 '피크'라 비가 와도 어쩔 수 없다"며 "한 손으론 전단지 들고, 한 손으론 나눠줘야 하니까 우산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요즘 선호하는 아르바이트 하나를 꼽자면 단연 전단지 배포다. 하루 2~3시간 일해도 되는 경우가 있어 학교에 다니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올 1분기 동안 10대 지원내역을 살펴본 결과, 전단지 배포 비중(13.8%)이 가장 높았다는 통계도 있다.

많은 청소년이 관심을 두는 일거리지만,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장 장기간 일한 아르바이트 업종을 묻는 설문에서 인천지역 청소년 중 5.9%만 전단지 배포라고 답했다.

업무 특성상 폭염이나 혹한, 폭우나 폭설 등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받기 힘든 여건이다. 더군다나 행인을 상대하다 보니 감정노동이 심하고 일부 업주들은 아파트·상가 내 불법 부착도 지시하는 상황이다.

임금을 건당(장당)으로 받는 경우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임금체불이 생겼을 때 도움받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경제활동 청소년 바라보는 시선 개선 시급

일하는 청소년은 점점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인천지역 15~1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2006년 7.5%에서 2016년 9.6%로 10년 새 2.1%p 뛰었다.

인천 15~1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전국 평균보다 해마다 높은 수준이다. 생계형 노동부터 스펙 쌓기, 생활물가 상승으로 용돈이 부족한 청소년까지 다양하게 경제활동에 뛰어드는 추세다.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 노동 환경을 대대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천지역 한 노무사는 "학업 등으로 경력이나 숙련도 쌓기가 어려워 청소년 노동은 평가 절하되기 일쑤고 때로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