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남자들이 여행을 가서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 있다. 뇌과학 박사, 소설가, 가수, 맛칼럼니스트들이 풀어놓는 이야기가 퍽 재미있다. 누군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각자의 경험이나 전문성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번지고, 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로 흐르고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면 강릉에 가서 초당두부를 먹으면서 초당이 허엽의 호라거나, 초당두부는 간수 대신 바닷물을 쓴다거나,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이 지금도 봉건적인 시각에서 다뤄지고 있다거나, 카페가 많아진 이유가 아파트 생활권으로 사랑방이 사라진 탓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가 많은 이유는, 카페인을 마시며 억지로 뇌를 활성화시켜 살 수밖에 없는 고단한 삶을 살기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두루 종횡무진이다.
어렸을 적 사랑방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학교나 직장 얘기, 누구네 집 얘기를 나누며 정을 나누던 어느 때를 보는 듯하다. 누군가 얘기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밤은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가만 따져보니 그런 경험도 없는데 꼭 있었을 것 같다.
일요일에 지인과 만나 개항기의 사진, 인천의 비석을 찍은 사진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야말로 '알아두면 쓸데없는'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며칠 잊히지 않았다. 늘 삶에 복달거리고 종종쳤는데 한 발짝 물러서 다른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상상하는 일에 이렇게 마음 한켠 넉넉해질 줄 몰랐다. <소주 반 병>을 읽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 없었는데 있었던 듯 절로 비어져 나오는 웃음. 삶이 예기치 않은 복병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도란도란했으면 좋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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