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식민의 기억'
▲ <작가들> 인천작가회의 304쪽, 1만3000원
<작가들>(인천작가회의·304쪽) 여름호(통권 61호) 특집 주제는 '식민의 기억'이다. 광복을 쟁취하고 7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의식과 기억, 사회와 문화 전반에는 여전히 식민지의 그늘이 남아 있다.

여기 식민지와 전쟁의 아픔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분리해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철저히 유린당했지만 여전히 국가차원의 공개사과와 공식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위안부다. 문학은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담아내고 재현할 수 있을까.

김요섭은 '가라앉은 자와 말하는 자', 박정애는 ''한 명'으로 가는 길'은 이같은 문제들을 깊이 고민한다. "자신의 고향을 말하려면 조국 일본의 침략과 살육을 먼저 말해야만 하"는 자이니치 자파니즈(在日 日本人)의 소외된 운명을 소개한 이수영의 글 '식민지 유곽이 고향인 어느 일본인 이야기'도 눈에 띈다. 식민지 조선의 유곽이었던 대구 자갈마당을 고향으로 둔 일본 노인과, 신도시 개발 방침에 의해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땅이 가지고 있던 기억"이 모두 지워지게 될 자갈마당의 사연을 전하며, "부끄러운 기억은 모두 잊어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르포' 역시 특집 주제와 맞닿아 있다. 일본 야쿠자에게 인신매매를 당해 성노예로 살다 탈출한 콜롬비아 출신 여성의 취재기 '일본에 묶인 여성들'(야스다 고이치)과, 길원옥 할머니(위안부 피해자)가 참석한 제 1279차 수요시위 현장의 취재기 '끝나지 않은 몸들'(안미선)을 만난다.

'담·담·담'과 '우현재'엔 백범 김구에 대한 내용을 동시에 담았다. '담·담·담'엔 '나의 소원'을 독해하면서 백범의 정치철학을 재조명한 최원식의 강연을 옮겨 실었다.

'시'란은 2주기를 앞둔 고 이가림 시인의 유작 8편을 실어 추모의 마음을 모았다. 박시우, 천금순, 이명희, 박승민, 임경섭, 이병국, 배수연의 신작시도 보인다. '소설'란엔 조혁신의 '벌레', 김경은의 '민원 있습니다'를, '노마네'에서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의 신작 '네가 있어서 고마워'를 선보인다.
1만3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