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16년 … 시민 삶에 스며들다
▲ 미추홀문화회관 입구.
▲ 이관형 관장
▲ 미추홀문화회관에서는 '창의표현미술'(사진 시계 방향)과 '키즈프리발레' 등 수업을 듣는 아이들, 취미생활을 위해 서양화를 배우는 중년, 매년 공연을 하는 여성합창단 등 많은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아이 ~ 어르신 '80여개 수업' 운영
실력 쌓은 수강생 지역서 재능기부


인천시민들의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미추홀 문화회관이 어느덧 16살이 됐다. 중·동구 지역에 부족한 문화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시민들 생활에 스며드는 문화·예술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1년 6월 문을 연 미추홀 문화회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의 취향을 아우르는 문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대표 문화교육기관으로 입지를 굳혔다. 인문부터 기초예술 등 문화와 관련된 것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이곳에선 연평균 8000명에서 1만 명의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다.

#'유아 ~ 어르신' 다 같이 배우는 문화예술
매 분기별(4학기)로 운영되는 문화강좌는 공예, 미술, 무용, 음악, 어학, 창의력 분과부터 자격증 반까지 80여 개의 수업으로 구성됐다.
정규강좌는 0~4세를 위한 '엄마랑 아가랑', 5~7세 '혼자서도 잘해요', 초등학생을 위한 맞춤형 강좌와 청소년 프로그램, 성인들을 위한 자기계발 반이 있다.
'엄마랑 아가랑'에서는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즐거운 발레리나' 수업과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감상교실'이 진행된다.
'혼자서도 잘해요' 수업은 아이들의 창의력 계발을 목표로 한다. '동화와 수학이 있는 가베이야기', '두뇌회전! 주산암산 급수반', '발표짱! 스피치', '신기한 고무찰흙', '유아방송댄스-나도 프로듀스101' 등 체력과 자신감까지 성장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은 '기타교실', '개그요들', '역사체험논술반', '스피치' 수업 외에도 아코디언, 하모니카, 플루트, 젬베, 기타, 우쿨렐레 등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다.
성인들은 주로 다이어트 힐링요가, 꽃다발 원데이 클래스, 성악 아카데미, 성인 영어회화 등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강좌를 듣는다.
이곳 강사들은 대부분 수년 간 예술계에 종사한 전문가다. 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 계양미술협회장, 인천미술협회 자문위원, 인천시립합창단 전 상임단원, 인천사진협회 부회장, 리여석기타오케스트라 소속 등 현직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며 질 높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회관 홈페이지(www.mchart.co.kr)를 참고하면 된다.

# 인천의 피카소들, 여기 다 모였네
"선생님, 꽃줄기는 어떻게 그리는 게 좋을까요?"
꽃 사진과 캔버스를 유심히 바라보던 윤경자(62)씨가 결국 도움을 요청했다. 강사 김진숙씨는 곁으로 다가가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주고 색깔 표현까지 세심하게 조언을 건넸다.
23일 오후 회관 406호 강의실은 그야말로 예술혼이 가득한 화실이다. 물감이 알록달록 묻은 앞치마를 둘러멘 윤씨와 수강생들은 각자 캔버스 앞에서 작품을 완성하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붉은 노을과 드높은 건물, 화려한 꽃잎, 입체적으로 표현한 연근 등 평소 관심 있던 것들을 하얀 캔버스에 옮기는 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형님!', '언니!'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서양화 강좌반. 이들은 지난 달 동춘 스퀘어원에서 전시회를 했을 만큼 실력도 수준급이다.
회관이 문을 열 때부터 16년째 서양화 수업을 듣고 있는 윤씨가 그린 작품만 50여 점이 넘는다. 덕분에 그의 집은 작은 갤러리다. 그는 "늘 붓을 잡고 캔버스 앞에 앉으면 이 나이에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성취감이 크고 행복하다"며 "동네 주민들도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문화교육장이 있어 만족도도 높고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수강생들은 서로의 작품을 보고 조언해주며 함께 실력을 키운다. 수업 중간 중간 가져온 간식을 꺼내 함께 먹으며 수다 떠는 시간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인천미술협회 이사인 김진숙 씨는 수강생들의 그림체를 모두 파악해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가르친다. 그는 "다른 문화센터 강의에 비해 미추홀문화회관 수업은 시간이 길어 수강생들이 더욱더 집중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16년째 진행된만큼 안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가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갈고 닦은 실력모아 재능기부로
공통의 관심사로 모여 기초부터 탄탄히 쌓은 수강생들은 어느덧 무대에 오를 실력까지 성장했다. 이들은 동아리를 꾸려 지역 곳곳에서 재능기부를 실현하고 있다.
물꼬를 튼 동아리는 미추홀 요들단으로, 지난 2003년 시작됐다. 김진구 단장과 초등학생 32명으로 구성된 요들단은 매년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고 지역 내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며 어린이들의 예술과 봉사활동을 격려하고 있다. 특히 요들단을 거쳐 성장한 대학생 7명은 따로 '제이요들 프렌즈'를 꾸려, 지난해 10월 부여백제문화축제 버스킹 대회에서 입상한 데 이어 지난달엔 제 4회 고양시 토당골 축제 초청공연을 하는 등 전국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중국, 독일 그리고 요들송의 본 고장인 스위스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5년 창단된 미추홀 여성합창단 역시 조외숙 단장을 주축으로, 매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공연하고 있다.
타고난 끼와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미추홀 댄스단과 발레단 역시 월미도 학공연장 정기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봉사 공연에 참가하며 올바른 청소년 문화를 이끌고 있다.


[인터뷰 / 이관형 관장]
"'생활 속 배움의 터전'이라는 초심 잃지 않을 것"

회관의 16년 역사엔 이관형(53) 관장이 늘 함께였다. 2001년만 해도 '슬럼가' 같았다는 이곳. 노숙자 수십 여명이 거리에 진을 치고 있어 아이는 커녕 어른들도 동네를 걸어다니는 것을 겁냈을 정도였다고 했다.
이 관장은 "주말마다 풍물놀이를 선보이며 요즘 말처럼 '버스킹'을 했다"며 "처음엔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민원도 넣곤 했지만 결국엔 거리가 정화되고 주민들의 발걸음이 회관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연극을 전공한 이 관장은 이후 인천연극협회, 극단 '엘칸토', 시립극단을 거쳐 인천예총에서 일했다. 문화인으로서 지역에 문화 바람을 일으키고, 주민들의 여가를 예술로 채울 수 있어 뿌듯한 그다.
"아이들부터 어르신들 모두 웃음꽃 만발이에요.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기타 줄을 퉁기는 모습을 보면 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지죠."
그간의 노하우로 이제는 문화 교육의 전문가가 됐을 법도 하지만 애로사항도 만만찮다.
갈수록 많아지는 수강생과 강좌 수를 감당하기에 8개 강의실은 너무나도 협소하기 때문이다.
마침 올해 말 전 전 인천여고 자리로 이전하기 위해 시, 중구청과 협의 중에 있어 한시름 덜었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그는 "매년 작품전시회나 발표회도 대관하는 상황이라 수강생들께 송구스럽다"라며 "둥지를 옮기면 좀 더 안락한 환경에서 더 나은 강좌를 제공해드리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말했다.
"'생활 속 배움의 터전'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인천 시민이라면 1인 1취미를 가질 수 있도록 양질의 문화 교육을 제공하겠습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