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왕길동 일대 … 판매처 확보 못한 순환골재 쌓여 형성
▲ 지난 23일 오전 인천 서구 왕길동 64번지 일대. 골재가 쌓여 산이 형성됐다.
"십 수 년 동안 순환골재가 쌓여 이렇게 높은 산이 됐습니다. 이걸 흙산이라고 생각하지, 누가 골재 산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23일 오전 인천 서구 왕길동 64 일대. 언뜻 보면 산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흙 대신 크고 작은 회색 골재들이 눈에 들어온다. 표면에는 골재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검은 색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더미 속 벚나무 굵기를 보면 적어도 이곳에서 자란지 10년은 넘을 것으로 추정 된다"며 "나무가 자란 시간만큼 사용되지 못한 골재들이 평지 위에 쌓이면서 결국 골재 산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달 녹색 현장 탐방으로 '순환골재 이모저모'를 주제로 정한 녹색연합은 이날 순환골재가 외면 받는 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서구의 골재 산을 찾았다.

정부가 2005년부터 순환골재 사용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사용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에서 순환골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천일보 6월7·8·9 1면, 15일 18면>

특히 지자체마저 순환골재 사용을 기피하면서 바닷모래 등 천연골재를 대신할 수 있는 순환골재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골재 산을 둘러본 뒤 방문한 인근 순환골재 생산업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선 폐아스콘을 순환골재로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이른 시간부터 공장 입구에는 폐아스콘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해 순환골재가 점점 쌓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업체 관계자는 "1t당 건설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16만~17만원을 받지만 순환골재로 다시 팔 때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순환골재는 1t당 1만8000원 저렴하고, 품질도 좋지만 사용하려는 곳이 없어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순환골재를 쓰지 않는데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순환골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순환골재 의무 사용 면제 조건'이 순환골재 사용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탐방에 동행한 인천시 관계자는 "순환골재 의무 사용 규정과 사용 면제 규정이 동시에 존재해 적극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것"이라며 "순환골재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도 있어 인천을 포함한 전국의 순환골재 사용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글·사진=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