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졸업하고 줄곧 비정규직으로 생활했어요. 첫 직장이었던 공장에서 업주는 큰돈을 쌓아두곤 화투를 쳤고, 저와 동료들은 그 옆에서 일을 했어요. 어린 마음에 불평등을 느꼈지요. 인맥도, 돈도 없는 제가 현실정치에 뛰어 들어 운 좋게 일하고 있네요."

인천 연수구의회 정현배(57·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선학동, 연수1·2·3동, 청학동에서 구의원으로 처음 당선됐다. 인맥, 학연, 혈연, 지연, 돈. 무엇 하나 없는 흙수저 정치인은 그렇게 인천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는 인생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살았다. 공장 노동자로, 보험설계사로, 장애인 콜택시 운전자로 살았던 그가 정치에 뜻을 세운 까닭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

정 의원은 "40대 초반 늦은 나이에 노사모 활동을 시작했다"라며 "노 대통령 탄핵 정국에 열린우리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인생 … "청년 착취 말아야"

그는 대부분의 현실 정치인들이 비정규직의 삶을 잘 모른다고 말한다. 그렇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그는 1960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 청계천 공장에 취직했다.
과거 전태일 열사가 몸에 불을 붙였어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 의원은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일했다고 한다.

"선반(가공) 일을 했어요. 월급이 3만원이었나요. 회사 다니며 밤에 검정고시를 준비했지요. 잔업을 마치면 녹초로 쓰러지기 바빴던 때예요. 간신히 검정고시를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지요."

그는 비정규직으로 살아봤다면, 청년에게 힘든 일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이 깨진 사회에서는 비정규직에게 잔인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격차가 너무 커요.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은 돈을 버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열배, 스무 배의 돈을 버는 건 착취 아닐까요? 대가도 보람도 없는 일을 청년에게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 중심 정책에 관심

그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생활임금조례, 사회적 약자가 만든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 조례를 만들었다.

모두 개발논리보다 사람 중심의 정책들이다. 특히 연수구와 같이 계획도시로 개발된 곳 일수록 정책적으로 사람에게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구 순세계잉여금이 1200억여원 남았다고 하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 사업을 발굴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방자치시대에 구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지방분권은 민주주의의 초석이다"라며 "주민을 위한 행정을 처리하는 구의회에 관심을 가져주실 때, 연수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