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정치부 차장
'쓴다'는 것은 나를 글로 투영하는 것이다. 기사는 더 많은 대중을 상대하기에 조심스럽고 벅차다. 여러 이익이 교차하고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기에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쓴다.
얼마전 책을 읽다 울림을 경험했다. 지금껏 기사를 통한 내 글쓰기가 '지(知)'를 위한 것인지, '명(明)'을 쫓는 몸부림인지 혼란스러웠다.
작가는 '명'이란 한자를 해(日)와 달(月)로 파자하며 "대립된 두 존재가 개념적으로 하나가 된 것"이라고 했다.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것을 '지'라고 하는데, '명'자는 그런 구획되고 구분된 '지'를 뛰어넘어 두 개의 대립면을 하나로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한 한쪽 세상을 빛나게 해주는 해나 또는 다른 한쪽만을 비추는 달을 유일한 빛으로 착각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자신이 붙들고 있거나 몸담고 있는 한쪽 세계를 온전한 전체로 쉽게 착각하고 산다"고 경고했다. 대립을 넘어 분열에 이른 작금의 세상에 일침을 가한 작가의 일갈로 보인다.
내게 지와 명은 다르게 해석됐다.

하루에도 인천시가 내놓는 수 십장의 행정 자료를 접한다. 각종 미사여구와 함께 빠지지 않는 게 '시민을 위해'라는 목적 의식이다. 300만 시민을 향한다는 시정 서류는 그 자체로 '지'이다. 거기에는 '시민'에 앞서 윗 사람이 잘 봐야 하는 제 1의 과정이 존재한다. 기자는 미사여구를 뚫고 '시민을 위해'라는 시정의 포장을 벗겨내 그 속에 감춰진 '명'을 들춰야 한다.

민선 시대 22년. 인천의 가장 골치거리가 재정난이다.
민선4기를 시작으로 민선5기 최고조에 이른 후 민선6기에 안정세를 취하고 있다. 때 마다 재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민선4기 때 빚은 미래를 위한 투자고, 민선5기는 빚을 빛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민선6기 때는 조기 재정난 해결을 앞에 놓는다. 재정난과 각 시대별 대응을 '지'로, 재정과 가치를 '명'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재정난의 첫 시작인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와 파생된 인천도시철도2호선도 비슷하다. 2015년 해결됐다 발표된 수도권매립지, 선제적 조치는 아직이고, 인천과 서울·경기가 바라보는 시각차는 상당하다. 여기서 지와 명은 과연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