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예총 사무처장·시인
이상기온으로 찌는 여름날씨다. 윗옷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느새 반팔이 눈에 보이더니 며칠새 티셔츠의 계절, 완전 여름이다.
다 채널의 메스미디어를 이용하는 홍보의 문화는 이제 사람들이 입는 의상으로 전파됐다. 군중이 모이는 곳이라면, 아니면 패션의 의미로도 티셔츠의 앞면과 뒷면에 행사의 의미가 담긴 문구내지는 알리고픈 그림이 들어가는 문화의 변천이 숨어있게 됐다.

어느 날 색 고운 티셔츠를 입고 지나가는 여인의 등판, 뒷 그림이 강렬해 유심히 본의 아니게 본 즉, 그녀의 뒤태에서는 신체적 특징은 물론 취향과 감각, 시대의 유행이 드러나 있기도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티셔츠는 그야말로 거리를 활보하는 변화무쌍한 메시지임과 동시에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개인의 정체성은 물론 유행과 시대상이 담겨 패션의 문화를 앞질러 광장문화의 구호가 담긴 홍보문화로의 매개체가 티셔츠로 옮아 온 것을 인지하게 된다.
희망과 평화의 말이 등장하는 시절이 있는가 하면 반전(反戰)과 저항의 목소리가 담긴 내용 또한 급속히 전파된 느낌이 든다. 국외를 생각해보면 무슬림이나 성소수자의 자유에 대한 메시지가 더 자주 등장하는 면을 볼 수 있게 됐다.

히피족의 해방감을 대변하며 누리는 그들의 티셔츠 글 'Poor Ugly Happy'(가난하고 못생겨도 행복한)만 보더라도 무전유죄의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소심한 저항이 길거리에서 더 많은 연대를 끌어낼 문화로서 분명해 보인다. 티셔츠의 문화는 거역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화로 탄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어쩜 잘 팔리는 티셔츠를 만드는 상업적 수단보다는 삶의 조건이 더디게 변화하는 삶의 저항문화라고 생각해야 옳을 것 같다.

우리의 이야기는 참 부끄러워 접어두기로 하고 미국의 이야기를 잠깐 해 보기로 하자, 아직도 식지 않은 미국의 대선 후 '트럼프 탄핵', 지난달 말 트위터에 영어사전에도 없는 '코브피피(covfefe)'라는 단어가 급속히 전파되었던 일, 미국이 발칵 뒤집힌 모양이다.

"계속되는 부정적인 언론 '코브피피(covfefe)'에도"라는 글을 미 대통령이 그의 트위터에 남겼던 모양, CNN은 '보도'를 뜻하는 'coverage'의 오자로 추정했지만, 그 파급효과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번져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인터넷에선 그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빗댄 '코브피피를 다시 위대하게' 등의 문구가 프린트된 티셔츠와 컵이 동이 나게 팔려나갔던 것이다. "코브피피가 러시아인을 향한 숨겨진 메시지인줄 알았다"고 한 힐러리 클린턴의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비꼰 말로 해석했다는 일이다. 티셔츠의 문화는 한 치의 여유 없는 직설의 문화로 가볍게 볼 수 없는 달콤함을 즐기는 믿음의 증거가 아닐까 한다.

조직이나 단체의 단결과 성과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티셔츠 제작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온 일이다. 말없이 보여주며 동병상련의 호응자를 끌어드리기 위한 오늘의 문화가 티셔츠로 옮겨 더 활발히 전개되는 것도 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의 소산이 아닐까 한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티셔츠, 붉은 악마들의 단결된 모습이 잘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이제는 뺄 수 없는 홍보의 수단을 넘어 비유하며 사회반응을 일으키는 방법의 이 문화를 잘 가꾸어 승화되는 길을 모색, 또 다른 질서의 문화를 찾아야 할 때 인 것 같다.

오늘 아침 인터넷을 통한 또 다른 티셔츠의 사진, 미국의 예이기는 하지만 바로 김정은의 큰 얼굴 사진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김정은을 징벌하는 의미가 담긴 미 국민들의 또 다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북한에 관광차 갔던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1년 6개월여 만에 돌아와 안타깝게도 6일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금수같은 북한정권을 비난하는 말 없는 시위가 티셔츠로 옮아 온 것이 아니면 김정은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왜 만들었을까.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상기하자는 메시지가 넘쳐흐른다.

반면 뜻도 없고 성적인 문구와 그림이 프린팅된 티셔츠는 만들지도 말고 구매하지도 말아야겠다. 하지만 저급한 문화를 좋은 문화가 이끌며 상쇄시키는 순화의 문화 속에서 티셔츠의 문화가 영속되길 바란다.
, 인천으로 모든 길이 통하는 시대, 그 말이 인쇄된 티셔츠가 이 여름 물결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