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울었더니 로또 맞았네"
연극 '워낭을 찾는 사람들'서 구제역 피해농민 기수역 열연
"완전 로또 맞은 기분이에요. 지금도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요."

경북 대구에서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인천의 연극배우 이병철씨가 지역 최초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인천의 극단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활동 중인 이병철(45)씨는 "쟁쟁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영광스런 상을 받아 어쩔 줄 모르겠다"며 "더욱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드리며 인천 연극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구제역으로 피해 받는 농민과 소, 돼지의 살 처분을 맡고 있는 공무원의 애환을 담은 '워낭을 찾는 사람들'이다. 극중 이씨는 자식같이 보살피던 소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처분 당해 울분을 토하는 기수 역을 맡았다. "가장 친한 친구가 소를 강제로 죽이는 방역본부에서 일해 내·외적으로 갈등과 고뇌를 겪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어요. 분노에 차 낫을 들고 방역본부에 쳐들어가려는 저를 말리는 친구 때문에 주저앉을 때 저도 관객들도 함께 울었죠."

20여년간 인천의 연극 무대를 지켜온 중견 배우, 이씨. 인천제일상업고등학교(현 제일고)를 졸업한 그는 극단 '공감'에서 배우이자 은사인 정주희씨를 만나 10년간 연기를 배웠다. 극단 '한무대'로 옮긴 뒤 지난 2010년 인천연극제 신인연기상 수상을 시작으로 여러 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았다. 지금은 무대를 넘어 방송과 영화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열악한 연기 환경이지만 지금도 인천에는 열정 넘치는 배우들이 대사를 외우고, 분장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작품 하나를 올리기까지 돈과 인력 등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알기에 더욱더 안타까운 이씨. "대학로까지 안가도 내 집 앞, 우리 동네에서 훌륭한 연극을 볼 수 있는데 관심이 적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문화계도 시민도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애정을 주신다면 더 뛰어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연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이씨는 "자나 깨나 연극배우라는 자부심을 활력삼아 관객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