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 절망을 희망으로 돌려드리고파"
▲ 오익환 서울여성병원 이사장은 "25년 간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인천을 지키면서 첨단의료 메카 인천을 만드는 데 작은 밀알이 되겠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서울여성병원 전경.

서울여성병원서 낳지 않은 아이

찾아보기 힘들다는 우스갯 소리

'시험관 아기' 성공률 50% 쾌거'

첨단의료메카 인천 만들기 포부


일가(一家)를 이룬다는 것은 독자적 경지를 이룬 상태, 일가견(一家見)이 있다 함은 어떤 문제에 관해 독자적 경지나 체계를 이룬 견해를 뜻한다. 일가를 이뤘거나 일가견이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자신이 정한 푯대를 향해 흔들림 없이 정진하도록 부추긴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20년 전 인천에서 출발해 여전히 인천에 터 잡고 있지만 '서울'이란 이름이 붙여진 서울여성병원 오익환(58) 이사장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의 정확한 직함은 의료법인 아인의료재단 이사장 겸 서울여성병원 설립자, 직업은 산부인과 전문의다.

▲인천·경기 최초 여성전문병원 '신의 영역' 도전
"난임부부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1990년대 한 30대 난임여성이 내원했어요.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좋으니 꼭 임신하도록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더군요. 그런데 뒷말이 충격적이었죠. '만약 임신에 성공하게 되면 그 즉시 태아를 지우겠다'는 거였어요.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는 임신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난임 원인이 모두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해온 시댁과 이웃에 대한 원망을 품고 있었던 겁니다."

줄잡아 15%에 달하는 난임부부들의 심리적 고통은 오 이사장의 외길 인생을 이끈 숙명과도 같았다고 한다.

서울여성병원은 인천·경기 최초 여성전문병원이다. 오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 전문의가 된 뒤 1993년 마음의 고향 인천으로 돌아와 오익환산부인과의원을 개원한다.

1997년 4월 서울대 의대 출신 산부인과 전문의 후배 3명과 함께 '제대로 된' 여성전문병원을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해 남구 주안동 지금의 자리에 서울여성병원을 설립했다. 특화진료팀을 꾸리고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시작했다. 쌍둥이 출산, 희망 출산, 고위험 임신, 산모 관리, 선천기형 검사, 단일공법 복강경, 하이푸센터, 비뇨부인과, 부인 성형, 미혼여성 클리닉, 브이백(V-BAC), 역아회전술, 자궁내막증 등 일반인이 알듯 말듯한 갖가지 의료기술과 장비를 도입했다. 인천시내 산부인과 가운데 최초로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열어 전문의와 전문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면서 즉각적인 검사·치료를 병행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산부인과 이외에도 아이알센터(난임센터), 내과·건강검진센터, 소아청소년과, 유방갑상선센터,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세분화된 진료과목끼리의 협진 체계를 구축했다. 임산부 문화공간 마더비문화원과 산후조리원도 개설했다. 서울여성병원의 독보적 존재감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켜켜이 쌓여갔다. 인천에 사는 20~40대 부부 치고 자녀를 서울여성병원에서 낳지 않은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천 최다 분만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오 이사장과 의료진이 20년 넘도록 심혈을 기울여온 분야는 난임부부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주기 위한 아이알센터 운영. 연간 1000건 안팎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행 중인데 현재 50% 가까운 임신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전국 평균 시험관아기 시술 임신성공률이 33.3%(보건복지부 2011년 통계)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시험관아기는 배아 선별, 착상, 태아, 발육에 이르기까지 성장 전 과정이 엄마의 뱃속과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임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지요. 고도의 의료기술과 퀄리티 컨트롤(QC)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감히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고 봅니다."

서울여성병원은 올 2월 복지부로부터 인천·경기 여성병원 최초로 2주기 연속 인증의료기관에 선정됐다.

▲"첨단의료 메카 인천 만들기가 원대한 나의 꿈"
오 이사장은 지역사회에 좀체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덩치(?)를 키워온 의료계 명사로 불린다. 동네병원에서 출발해 대학병원 버금가는 병원으로 성장했다. 그런 그가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인 주안2·4동 재정비촉진지구에 승부수를 던졌다. 인천도시철도2호선 시민공원역 앞에 최첨단 주안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해 국내외 의료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원도심 활성화도 이끄는 두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다. 수년째 부지를 확보하고 사업자금을 일으키고 행정절차를 밟느라 비지땀을 흘려온 터다.

그는 "그 동안 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 사업진척도가 90%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올 하반기 인천주안초교 이전작업을 마치고 본격 착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특혜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특혜라면 (제가)불법행위에 대한 묵인이나 특별한 행정 혜택을 받았다는 것인데 과연 어떤 특혜가 있었는지 그 누구라도 정확한 사례를 저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제 입장에선, 지역발전보단 문제제기 집단을 의식해 소극행정을 펴는 일부 공무원의 민원처리 태도가 더 부당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오 이사장은 인천시민이 서울로 원정진료 가지 않고 인천에서 편리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뿐더러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외지인과 외국인이 인천으로 몰려드는 미래를 꿈꾼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일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애향심의 실천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결코 인천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재를 털어가며 우수 의료인력 영입과 시설·장비 확충에 힘써 온 것은 돈벌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인천을 세계적인 의료 메카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간절함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지도층부터 솔선해 인천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소망합니다.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삶의 터전이 굳건해야 애향심도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인천에 병원을 연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천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어요. 지역사회와 함께하지 않는다는 일부 시각은 편견에 불과해요.(웃음)"

묵묵히 실천을 통해 '진짜 인천사람'이 누구인지 몸으로 웅변하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윤관옥 기자 okyun@incheonilbo.com


기자가 본 오익환

"신생아 받아내고 ' 참 잘한다' 칭찬에 산부인과 전공 정했죠"


오익환 서울여성병원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19일 오전 11시20분 병원 건강검진센터 3층 진료실에서 이뤄졌다.
오피니언리더이면서도 정작 지역사회 내 교류가 적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또 사실인지 궁금했다.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초·중학교를 다니고 인천으로 와 제물포고를 나온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20대 총각 시절 시골마을 모자보건센터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산모의 출산을 도와 생애 처음 신생아를 받아냈는데 주변에서 "참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으쓱해졌다. 자신감이 붙다보니 전공을 산부인과로 택했다.

하루 일과는 병원에서 시작해 병원에서 끝난다. 전문의만 20명 넘게 있으니 쉬엄쉬엄 가도 좋으련만 지금도 직접 진료를 하고 병실을 누빈다. 촌음을 쪼개 테니스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날린다. 짬이 나면 제물포고 동창들과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단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꾸밈이 없어 보였다.

"오늘은 다음 진료 때문에 바빠서 이만…. 다음에 소주 한잔 같이해요."

'다음에 보자'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썩 불쾌하진 않았다.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최우선이라는 프로 의식이 좋아보였다.

/윤관옥 기자 oky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