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심각한 남북갈등과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서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지 16개월이 지났다. 입주기업들은 여전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유엔안보리 제재 하에서 잇따른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와 피해보상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쪽에서는 압박과 제재를 더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제재와 대화 재개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빠른 시간 안에 개성공단을 재개해 달라는 요구는 자칫 대북제재 공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될 수 있고, 국내의 반대 여론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우리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정상화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주변국과의 관계가 원만해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게 된다.

이러한 전제 하에, 신정부는 입주기업의 피해신고 금액 중에 지난 정부가 확인한 피해액이라도 우선 지급해 주면, 재개시까지 경영정상화를 유지하면서 버틸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공약하였다 해도 우리의 요구가 새정부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의 조치를 요청하는 것이다.

지난 2013년 6개월여 간의 잠정중단 결정은 북한의 악행에 따른 것이지만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재가동될 수 있었다. 당시 한미연합 훈련기간이었는데 긴장이 고조됐던 상황이 해제되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한 협의가 조속히 진행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 의한 이번의 전면 중단 사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어서 심각성이 더한 것이다. 특히 입주기업들은 피해액의 1/3에 불과한 지원으로 협력기업들과 거래가 끊기고 소송에 시달리는 등 개성공단에 진출한 이래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근로자들도 대부분 직장을 잃었고, 아직 고용되어 있다 해도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통령의 초법적 통치행위에 따라 삶의 터전이 무너진 것이다. 더욱이 생산기반을 잃고 노심초사 하던 입주기업들은 설상가상으로 대출금리 '폭탄'까지 맞게 됐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중단 16개월이 경과한 지금, 입주기업의 30% 이상이 대출금리 홍역을 치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마다 경우는 다르지만 기존에 부담하던 3∼4%의 금리가 8∼12%까지 인상됐다고 한다. 은행의 금리 인상 원인은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기업의 신용도 추락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원을 한다지만 은행은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는 기업에게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다.

입주기업 대부분이 고금리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보이기에 재가동에 앞서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우선 과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 확인 금액이라도 우선 풀어 기업이 다소나마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연명하게 해 달라는 절규인 것이다. 피해보상은 핵, 미사일과 국제 제재와는 상관 없기에 지난 정부가 통치권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면 역시, 새 정부는 통치권 차원에서 기업 피해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조성된 후에 남북관계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은 경제적 효과만을 보더라고 일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퍼주기 인식'과는 전혀 다르다. 최소로 잡아도 북측에 직접 지급된 금액보다 국내로 들어온 가치가 5배 이상 많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6000억이 지급됐지만 개성공단 생산액은 3조가 넘는다.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긍정 효과도 상당한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은 원부자재를 국내에서 대부분 조달해, 북한 근로자는 위탁 생산에만 활용했다. 내수공단 모델로서 북한 근로자뿐만 아니라 국내 일자리도 창출하는 남북 상생협력의 장이었다. 북한의 100만명 근로자들에게 일자리가 만들어질 때, 국내 일자리 100만개가 없어질 수 있다는 황당한 논리는 개성공단 및 국내 중소기업들이 처한 한계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개성공단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어차피 해외로 나가야만 하는 기업들이다. 해외로 진출하면 개성공단과는 달리 원부자재를 해외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 협력업체들의 폐업 및 일자리 감소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중단된 후 우리 입주기업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개성공단이 타 공단에 비해 비교열위인 것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훌륭한 공단이고, 환경도 좋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재개되면 정말 열심히 생산 활동도 하고, 남북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면서 민족의 먹거리를 위한 경제협력의 소신을 다하면 그것이 애국이라고도 자부한다. 1년여 넘게 닫혀 있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돼 남북경협을 넘어 북방 경제의 주역으로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국내에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