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성 안성시장

농심(農心)이 타고 있다. 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다. 장마도 예년보다 5~10일 더 늦게 온다고 하니, 벌써부터 시작된 폭염은 올 여름나기가 결코 녹록지 않음을 예고한다.

안성시는 편안할 안(安), 도읍 성(城)을 뜻하는 편안한 고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연재해가 드문 살기 좋은 도시이다. 64개의 크고 작은 저수지를 보유하고 있어 그동안 극심한 가뭄 피해는 드물었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 등 기후 이상 변화로 지난 3년간 강우량이 점차 줄어들었다. 5월 말 기준 강우량은 평년의 41% 수준에 그치고 있어 가뭄 경보가 '경계' 수준인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기상청 장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는 평년에 비해 강우량이 적을 것으로 예보되어 가뭄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6월 중순 현재, 금광저수지의 저수율이 2%, 마둔저수지의 저수율이 1.6%까지 떨어지는 등, 가뭄이 심각한 상태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농업용수뿐 아니라 공업용수는 물론, 자칫 생활용수마저 제한될 수 있는 재난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안성시는 6월1일부터 시장 주재로 매일 아침, 시청에서 농어촌공사와 한국전력공사, 안성소방서, 군부대 합동으로 대책회의를 갖고, 한해(旱害) 폭염대책 상황본부를 24시간 비상 운영 중에 있다. 

가뭄에, 폭염에, 여기에 AI도 심각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민들의 안위가 위협받는 총체적 난국이다. 

시는 가뭄 극복을 위해 헬기와 급수차를 동원해 금광저수지를 비롯한 각 저수지에 물을 보충하고, 마둔저수지 앞 보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등 모든 행정력을 총 동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464대의 차량을 투입해, 총 200ha의 면적에 1만8000t의 비상 급수를 공급했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이 수치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한, 대형 관정을 개발해 146ha, 553가구가 혜택을 봤으며, 시추중인 면적도 44ha가 남아 122가구가 추가적으로 혜택을 볼 예정이다. 

식수가 부족한 서운면, 금광면, 고삼면 등 일대에는 214회에 걸쳐 1725t의 식수를 공급했다. 지금까지 총 115억4100만원을 가뭄 대책에 긴급 편성했다. 

안성시는 지난 14일, 경기도에 안성시를 가뭄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가뭄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국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 특별 재난 지역 지정 선포 대상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 가뭄 극복은 고스란히 시와 주민들의 문제로 남게 됐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잔'이라는 속담이 있다. 지난 주부터 안성시 레미콘 회사와 차주들이 퇴근 후, 자발적으로 레미콘을 활용해 취수장에서 저수지까지 물을 나르는 일을 돕고 있다. 지금까지 74대의 차량이 1001t의 물을 공급했다. 더 많은 레미콘 회사들과 차주들에게까지 퇴근 후 물나르기 동참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안성시는 보다 근본적인 가뭄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1일, 이낙연 국무총리를 방문해 평택호부터 금광·마둔저수지 28.5㎞의 3단 양수 관로 설치를 위해 사업비 480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안성천에서 연합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물이 필요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해서 이번 가뭄이 강 건너 불구경이 될 수는 없다. '한방울의 물이라도 아껴쓰기', '논 물고 다시보기' 등 물 절약 실천을 통해 극심한 가뭄을 극복할 수 있도록 모두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도울 일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연 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에 대처하는 십시일반의 정신과 의지는 가뭄을 극복하는 유일한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