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경기본사 사회부 차장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는 54년간 미 공군 사격훈련장으로 사용됐던 쿠니사격장이 있다. '쿠니'란 명칭 유래는 매향리의 옛 지명인 고온리(kooni)의 영어 표기를 미군들이 '쿠니'라고 부르며 사격장의 고유명칭이 됐다고 한다.

6·25 이전에 매향리 쿠니사격장 부지는 풀이 우거지고 먹이가 풍부한 갯벌을 품은 무인도였다.
그러나 6·25 전쟁중이던 1951년 8월, 미 공군은 매향리 농섬을 해상표적으로 삼아 사격훈련을 해왔다. 쿠니 사격장은 불과 1㎞ 인근에 민가가 있어 미군은 조종사들이 긴장감을 갖고 실전과 같이 '폭격하기 좋은' 사격장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1951년 조성된 매향리사격장은 육상사격장과 매향리 앞바다 농섬해상사격장 등 모두 2376만9000㎡ 규모로 미 공군 폭격장으로 사용돼 왔다. 1954년 미군이 주둔하며 연간 250일, 하루 11시간 사격을 퍼부었고 현재 농섬과 육지는 파괴되고 허물어져 절반도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전투기 폭격음과 비행소음 등에 시달려야 했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8개월된 임산부를 포함해 불발탄 등의 사고로 13명이 사망했고, 우울증과 트라우마를 겪다 자살을 선택한 주민도 34명에 달했다. 

결국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1988년부터 사격장 종료를 위한 소송을 벌인 끝에 2005년 8월 사격장은 폐쇄됐다. 그러나 사격장이 폐쇄된지 12년이 흘렀으나 아직도 포탄 잔해물이 수거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현재까지 갯벌에 3m 이내에 있는 불발탄 등 포탄잔재물은 3만6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는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포탄 제거작업에 손을 놓고 있다.
국방부와 화성시는 농섬을 중심으로 반경 500m에 달하는 갯벌에 포탄 잔재물 제거와 오염된 갯벌의 정화비용으로 약 100억원 이상 필요하지만 예산 분담률을 놓고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와 화성시는 농섬 갯벌의 정화사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해양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해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용역결과 농섬 주변 환경정화에 소요되는 시간만 24개월이 필요하고 포탄잔재물만 662t을 제거해야 한다. 소요되는 사업비만 총 126억원에 달한다. 

화성시는 국방부에 사격 잔재물 처리에 필요한 예산 전액을 편성해 달하고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방부는 무인도인 섬지역 복구비용을 부담하는 건 그동안 '전례에 없는 일'이라며 예산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농섬의 경우 토지로 등록되지 않은 바닷가로 화성시의 소유가 아닌 해수부가 관할하는 해안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토지로 등록되지 않은 해변의 피해를 보상한 사례는 없어 국방부는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50여년간 진행된 사격훈련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매향리 주민들. 사격장이 폐쇄된 지금까지도 각종 위험과 물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