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림 성남수정경찰서장, 아름다운 과학수사인상 선정
DNA 데이터베이스·프로파일러 도입 등 제도기반 마련
"먼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과학수사인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그들의 빛나는 노력이 조직은 물론 사회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찰 과학수사의 산증인 송호림 성남수정경찰서장(총경)이 제1회 '아름다운 과학수사인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우리사회를 공포에 몰아넣고 뒤흔든 끔찍한 사건현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두루마리 휴지에 묻은 '좁쌀'만한 혈흔에서 사건(2014년 수원 박춘풍 토막살인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찾고,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실종 사건에서 하수구에 남은 인체조직을 찾아내 살인(2015년 화성동부 육절기 살인사건)이 있었음을 규명한 성과는 진화한 과학수사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과학수사의 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미제사건이 늘 때마다 온몸으로 고민하며 경찰직 대부분을 과학수사에 바친 숨은 일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중 우리 과학수사 발전의 토대를 만드는데 주축이 된 인물이 바로 송호림 서장이다.

그는 '선 체포, 후 증거수집'에서 '선 증거수집, 후 체포'라는 뿌리 깊은 우리 과학수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송 서장은 "과거에는 용의자를 먼저 잡고 증거를 수집해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폭력과 고문 등 각종 인권침해 사례가 왕왕 발생하곤 했었다"며 "지금은 증거를 먼저 확보하고 용의자를 체포하는 순서로 수사 패턴이 바뀌어 인권침해를 사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경찰청 과학수사과 실무계장(경정급) 재직 당시 과학수사과가 과학수사센터로 승격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듬해에는 현장과 이론 연구를 접목하기 위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신), 학계 등과 연계해 '과학수사 학술세미나'를 처음 개최했는데, 이 세미나는 현재 '국제 CSI 콘퍼런스'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그는 국내 과학수사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법의관이 부족해 범죄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알고, 검시조사관제도를 도입해 해결한 이가 바로 그였다.

임상병리와 간호 전공자들을 특별 채용해 범죄 현장 상황과 시신에 대한 정보를 법의학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또 일제 잔재로 남은 부검과 관련한 용어 순화를 위해 의학계·한글학회 전문가들과 함께 용어를 재정리한 책자를 발간한 공로로 2003년 한글의 날 문화관광부 근정포장을 받았다.

2004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겪으며, 송 총경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시행하던 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 제도를 국내에 도입, 범죄심리와 사회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을 특채해 국내 범죄분석의 시대를 열었다.

그는 2007년 범죄인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법무부와 공동으로 DNA 관련 법초안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2008년 총경 승진 이후 다시 2010년 과학수사센터에 책임자로 복귀했다.

2015년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장으로 다시 임명되자, 과학수사센터를 '국(局)' 체제로 승격시켰다.
2002년 그가 과학수사 분야 실무계장을 맡을 당시 615명이던 과학수사 인력은 15년이 흐른 지금 1045명으로 늘었고, 예산은 100억원 규모에서 260억원 규모로 커졌다.

송 총경은 "과학수사는 곧 인권수사다"라며 "과학수사 수준이 발전할수록 피의자 인권 보호는 강화될 것이며, 수사의 신뢰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보호, 과학수사 발전 등 지금껏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았다"며 "과학수사인들의 노력이 조직은 물론 사회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남=이동희·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